미국 최대 금융기관인 JP모건은 블록체인 기반 결제 시스템 확산에 속도를 내고 있다. 최근 JP모건은 나스닥 상장 금융사 마렉스(Marex Group)와 협력해, 자사 블록체인 플랫폼 키넥시스(Kinexys)를 통한 청산 업무에 나선다고 발표했다.
이번 파트너십을 통해 마렉스는 JP모건의 키넥시스에서 지원하는 디지털 예치 계정 서비스를 활용하는 첫 번째 청산사가 된다. 영국 기반의 디지털 자산 운용사 브레반 하워드 디지털(Brevan Howard Digital, 이하 BHD)도 키넥시스에 합류해 지난해부터 마렉스와 함께 프로그래머블 결제 인프라 구축에 박차를 가해왔다. 마렉스와 BHD는 이번 협력을 통해 결제 효율성, 리스크 최소화, 비용 절감을 동시에 도모할 수 있게 됐으며, 기존 전통 금융 인프라가 제공하는 안전성도 여전히 유지된다고 밝혔다.
키넥시스는 JP모건의 블록체인 사업 부서 ‘오닉스(Onyx)’에서 출발한 최신 금융 인프라다. 실시간 결제와 청산을 자동화된 방식으로 처리할 수 있으며, JP모건 측은 “자산의 활용도를 제고하고 리스크를 줄이는 차세대 결제 플랫폼”이라고 강조했다. 마렉스의 글로벌 선물·장외 청산 세일즈 총괄 테리 홀링스워스(Terry Hollingsworth)는 “우리는 클라이언트 중심의 혁신을 중시하며, 이번 협업이 시장 전체의 운영 효율성을 높이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흥미로운 점은 JP모건이 과거부터 암호화폐에 대해 미온적인 태도를 유지해왔다는 점이다. 제이미 다이먼(Jamie Dimon) 최고경영자(CEO)는 비트코인을 ‘사기’라고 지칭하며 회의적인 시선을 거두지 않았다. 하지만 2016년 JP모건이 이더리움(ETH) 기반 블록체인 프로젝트 쿼럼(Quorum)을 시작하면서부터 태도가 서서히 바뀌었다. 2019년에는 자체 스테이블코인 JPM 코인을 출시했고, 2020년에는 관련 사업을 ‘오닉스’라는 하나의 부서로 통합했다.
그 후속 격인 키넥시스는 포괄적 금융 블록체인 역할을 하며 출시 이후 총 누적 결제량이 약 2,085조 원(1.5조 달러)을 넘긴 대규모 플랫폼으로 성장했다. 일 평균 거래 규모도 무려 약 2조 7,800억 원(20억 달러)에 이른다.
또한 올해에는 미국 달러 예금 기반의 새로운 디지털 토큰 ‘JPMD’를 출시하고, 암호화폐 담보 대출 상품도 내년 도입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추가적으로 JP모건은 코인베이스와도 전략적 협력을 논의 중이며, 향후 체이스(Chase) 카드 사용자가 거래소 계정에 직접 자금을 이체할 수 있도록 인프라를 확장할 계획이다.
과거에는 불신의 대상이었던 암호화폐와 블록체인이 오늘날 글로벌 은행의 전략 중심축으로 변화하고 있다. 글로벌 금융의 대표 주자인 JP모건의 이러한 행보는 전통금융(TradFi)과 탈중앙금융(DeFi)이 융합하는 새 시대의 서막을 암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