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판다, 아스널과 손잡고 英 진출…600종 암호화폐 거래 앱 선보여

| 민태윤 기자

오스트리아에 본사를 둔 암호화폐 플랫폼 비트판다(Bitpanda)가 영국 시장에 본격 진출했다. 회사는 향후 2년 내 영국을 자사 주요 3대 시장 중 하나로 성장시키겠다는 목표다. 이번 확장을 통해 비트판다는 개인 투자자를 위한 투자 앱과 함께 기업 대상 화이트라벨 솔루션인 ‘비트판다 테크놀로지 솔루션즈’를 선보였다. 이를 통해 영국 내 은행 및 핀테크 기업들은 비트판다의 인프라를 활용해 손쉽게 암호화폐 거래 서비스를 고객에게 제공할 수 있게 됐다. 현재 앱은 600개 이상의 암호화폐 자산에 대한 접근을 지원한다.

루카스 엔저스도르퍼-콘라드(Lukas Enzersdorfer-Konrad) 비트판다 공동 CEO는 “영국 소비자 대상으로 직접적인 리테일 사업을 빠르게 확대하는 동시에, 현지 금융기관과 협력해 암호화폐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런 전략은 이미 강력한 입지를 다진 바이낸스UK, 코인베이스, 크라켄, 크립토닷컴, 제미니와의 경쟁을 예고한다.

회사 측은 영국 진출과 동시에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의 명문 구단 아스널 FC와 오랜 파트너십 계약을 체결했다. 비트판다는 아스널의 ‘공식 암호화폐 거래 파트너’로 지정되어, 경기장과 디지털 채널 전반에 브랜드를 노출할 뿐만 아니라 1억 명이 넘는 팬들에게 디지털 자산과 책임 있는 투자에 대한 교육 캠페인을 전개할 예정이다.

실제로 비트판다는 이미 오스트리아,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스페인 등 유럽 경제 지역의 주요 국가에서 여러 규제 라이선스를 통해 서비스를 운영 중이며, 영국 금융감독청(FCA)의 공식 승인을 올해 2월에 획득한 데 이어, 제품 현지화 과정을 거친 뒤 이번 주 본격 서비스를 개시했다.

다만 영국은 암호화폐 규제 측면에서 EU와 미국보다 뒤처졌다는 지적이 뜨거운 상황이다. 국제금융정책 싱크탱크인 공식통화금융기관포럼(OMFIF)의 디지털머니연구소는 최근 블로그를 통해 영국이 블록체인 기반 금융 부문에서의 초기 우위를 상실하고 있으며, 글로벌 금융 중심지의 지위를 잃을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FCA가 지난해 11월 발표한 ‘암호화 자산 로드맵’은 시세조작 방지, 토큰 상장 기준, 리스크 규제, 스테이블코인 관련 규정을 단계적으로 도입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하지만 관련 정책은 2025년 하반기까지는 본격 논의조차 이뤄지지 않을 전망이며, 전면적인 규제가 시행되기까지는 2026년 말은 되어야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암호화폐 업계는 장기적인 불확실성에 직면한 상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코인베이스, 크라켄, 이토로 등 주요 글로벌 업체들은 여전히 자금세탁방지(AML) 등록을 통해 영국 시장에서 운영 중이다. 이들은 규제 공백 속에서도 사업을 확장하며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반면 유럽연합은 지난해 말 ‘암호화 자산 시장법(MiCA)’을 정식 발효하며 통일된 자산 분류 체계, 스테이블코인 규제, 서비스 제공자 의무화 등 명확한 가이드라인을 확립했다. 미국 역시 지난 7월 18일 트럼프 대통령 서명 하에 연방 스테이블코인 규제 법안(GENIUS 법)을 공식 통과시키며 제도화에 나섰다. 아랍에미리트(UAE)는 지난 6월 ‘지급 토큰 서비스 규정’을 통해, 홍콩은 새로운 스테이블코인 라이선스와 함께 3차 ‘토큰화 녹색 채권’을 발행하며 블록체인 금융 전략을 강화하고 있다.

이에 대해 엔저스도르퍼-콘라드는 “명확한 규제가 신뢰를 만든다”며, “영국은 뛰어난 인재, 자본, 글로벌 위상을 갖춘 만큼, 미래지향적이고 구체적인 규칙이 뒷받침된다면 암호화폐 혁신의 중심지가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