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 본위 디지털 자산이 비트코인(BTC)의 위협이 될 수 있다는 주장이 다시 한번 수면 위로 떠올랐다. 대표적인 금 투자 옹호자 피터 쉬프(Peter Schiff)는 최근 자신의 SNS를 통해 '토큰화된 금'이 결국 비트코인의 입지를 잠식할 것이라고 강하게 주장했다. 그는 토큰화된 금이 달러 기반 스테이블코인마저 대체할 것이라며, “진짜 금을 기초자산으로 한 디지털 코인이 존재한다면, 누가 중앙화된 페그 자산을 원하겠느냐”고 반문했다.
쉬프가 다시 한 번 이 같은 발언을 쏟아낸 계기는, 미국 의료기술 업체 '바이오시그 테크놀로지스'가 최근 토큰화 금 기반 재무 모델을 추진하며 11억 달러(약 1조 5,290억 원)에 달하는 자금을 유치했다는 소식이다. 이 회사는 토큰화 전문 업체 스트림엑스와 합병하며 금 기반 디지털 금융 시스템 개발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그는 “비트코인은 ‘적절한 대체 통화’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며, 금이 토큰화될 경우 기존의 금 투자 장벽을 낮추고 글로벌 유동성과 접근성을 강화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그는 “디지털 금은 비트코인이 지닌 모든 단점을 상쇄시킬 수 있다”며 “토큰화는 금을 사실상 완전한 통화로 만든다”고 주장했다. 스트림엑스 측도 해당 모델이 보안성 강화·글로벌 거래 용이성·유동성 확대 등을 실현한다고 설명했다.
다만 비트코인 지지자들 사이에선 해당 주장에 대해 비판적 시각도 적지 않다. 한 투자자는 “토큰화된 금은 결국 중앙화된 플랫폼 위에서 움직이는 자산일 뿐”이라며, 관리 주체 변경이나 규제 리스크, 제3자 신뢰 시스템 등 ‘카운터파티 리스크’가 내재된 전통 금융 시스템의 한계를 그대로 안고 있다고 반박했다.
비트코인과 금의 비교 담론은 암호화폐 시장에서 수년간 반복되고 있다. 비트코인이 분산형 디지털 희소 자산이라면, 금은 수천 년간 신뢰받아온 물리적 자산이다. 그러나 금을 블록체인 기술과 결합한 ‘토큰화’ 전략이 과연 시장 패러다임을 전환시킬지, 혹은 또 다른 금융실험에 그치게 될지에 대한 확언은 아직 이르다. 쉬프의 주장이 일각에선 설득력을 갖지만, 결국 시장은 중앙화된 토큰화 금과 탈중앙화된 비트코인 중 어느 쪽을 더 신뢰할지를 스스로 선택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