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BTC) 채굴이 집중된 현상이 다시금 탈중앙화의 본질을 되새기게 했다. 최근 미국의 대표적 채굴풀 ‘파운드리 USA(Foundry USA)’가 8개 블록을 연속으로 채굴하며, 특정 기업에 해시파워가 집중될 때 발생할 수 있는 잠재적 위협이 다시 부각됐다. 이에 대해 XRP 레저의 검증인으로 활동 중인 Vet은 "비트코인의 중앙화 위험이 설계 구조 자체에서 비롯된 문제"라고 강하게 지적했다.
Vet은 "비트코인과 같은 나카모토형 체인은 작업증명(PoW) 또는 지분증명(PoS) 방식 모두 특정 조건 하에 과거 블록을 되돌리는 체인 재편성(chain reorganization)이 가능하도록 설계됐다"고 주장했다. 이로 인해 일종의 ‘되감기’ 기능이 암묵적으로 허용되며, 경제적 인센티브가 이를 억제하긴 하지만, 다수 채굴자 또는 검증자가 담합하면 체인 변경도 가능한 구조라는 것이다.
이와 대조적으로 Vet은 XRP 레저(XRPL)의 '최종성(finality)' 특성을 강조했다. XRPL에서는 트랜잭션이 한 번 확정되면 되돌릴 수 없으며, 이는 특히 NFT, 게임, 결제 애플리케이션처럼 실시간 자산 이전이 활발한 분야에서 결정적인 신뢰 기반을 제공한다고 덧붙였다. XRPL 공동 창립자들도 과거부터 이 ‘재편성 불가’ 설계가 XRP의 기술적 주춧돌이라고 지속적으로 설명해왔다.
시장 구조만 놓고 봐도 상반된 경향이 뚜렷하다. 비트코인은 전체 암호화폐 시장에서 약 59%의 점유율을 유지하며 여전히 압도적인 영향력을 갖고 있다. 다만 Vet은 “잠재 출구가 있는 체인은 진정한 결제 시스템으로 기능할 수 없다”며, XRPL이 단지 저렴하고 빠른 대안이 아닌, 아예 다른 철학의 플랫폼임을 역설했다.
해시파워의 집중은 일시적 현상이 아닐 수 있다. 일부 풀들이 파운드리처럼 강력한 블록 생성 연속성을 이어갈 경우, 블록체인의 공정성과 보안성에 대한 신뢰가 흔들릴 수 있다는 비판도 이어지고 있다. Vet의 발언은 단지 기술적인 차이에 대한 설명이 아닌, 실질적인 위험성에 대한 경고로 받아들여진다.
암호화폐 핵심 사용 사례가 확장됨에 따라, 거래의 불가역성과 체인의 불변성은 점점 더 중요한 가치로 부각되고 있다. 이번 논란은 단순한 기술 비교를 넘어, 블록체인의 미래 방향과 신뢰 기반의 설계 철학에 대한 논쟁을 촉발시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