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겨, 2,900만 달러 흑자 전환 후 나스닥 IPO 신청…암호화폐 상장 릴레이 합류

| 김민준 기자

블록체인 기반 대출 및 투자 플랫폼인 피겨 테크놀로지(Figure Technology Solutions)가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나스닥 상장을 위한 기업공개(IPO) 신청서를 정식 제출했다. 최근 암호화폐 기업들의 상장 릴레이가 이어지는 가운데, 피겨 역시 공개 시장 진출을 통해 성장 가속에 나선 것이다.

피겨는 올해 1월부터 6월까지 6개월간 매출이 전년 대비 22% 증가한 1억 9,100만 달러(약 2,748억 원)를 기록했으며, 순이익도 작년 동기 1,300만 달러(약 187억 원) 손실에서 2,900만 달러(약 418억 원) 흑자로 전환됐다고 밝혔다. 이처럼 실적 호조를 바탕으로 시장 신뢰를 확보한 점이 IPO 추진의 밑바탕이 됐다.

최근 암호화폐 업계 전반적으로 상장 움직임이 활발해지는 데에는 제도 환경과 시장 심리가 동시에 작용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 행정부의 암호화폐 친화적 정책이 업계에 우호적인 분위기를 조성했고, 지난 6월 미국 증시에 상장한 서클(Circle)의 성공적인 데뷔 사례가 기업들의 상장 의욕을 자극했다. 실제로 서클은 IPO를 통해 10억 5,000만 달러(약 1조 5,120억 원)를 조달하며 주가가 첫날에만 168% 급등했다.

피겨가 이번에 합류한 암호화폐 상장 행렬은 나날이 확대되고 있다. 윙클보스 형제가 후원하는 젬니(Gemini)는 지난주 IPO 신청서를 제출했고, 불리시(Bullish) 역시 며칠 전 오버행된 공모를 통해 11억 달러(약 1조 5,840억 원)를 조달하며 성공적인 상장을 마쳤다.

전통 금융과 디지털 자산 간 융합이 확대되고 있는 상황에서 기관 투자자들도 분산금융 시장에 대한 접근을 본격화하고 있다. IPOX 슈스터(Josef Schuster) 최고경영자는 “암호화폐가 이제 IPO 시장의 새로운 기둥으로 자리 잡고 있다”며 “전통적인 IPO뿐 아니라 디스팩(De-SPAC) 방식으로도 더 많은 거래가 나올 것”이라고 언급했다.

피겨는 2018년 공동창업자 마이크 캐그니(Mike Cagney)에 의해 설립됐으며,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한 분산형 대출·투자·거래 플랫폼을 운영 중이다. 자산을 토큰화해 거래 가능하도록 만든 실물 자산 판매 기능과 함께, 자체 퍼블릭 블록체인 ‘프로비넌스(Provenance)’도 개발해 서비스하고 있다. 현재까지 160곳이 넘는 파트너를 확보했고, 누적 대출액이 160억 달러(약 23조 400억 원)를 돌파한 상태다.

캐그니는 “대출처럼 유동성이 낮던 자산들이 블록체인의 투명성과 무결성을 통해 유통될 수 있다”며 “이번 IPO는 자본 시장 전반에 블록체인을 도입하려는 장기적 여정의 첫 단계일 뿐”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앞서 소파이 테크놀로지(SoFi Technologies)를 공동창업한 인물로, 이번에도 IPO 이후에도 의결권 과반을 유지하며 경영권을 계속 유지할 계획이다.

이번 IPO는 골드만삭스, 제프리스, 뱅크오브아메리카 등이 주관하며, 상장 후 피겨는 티커 심볼 ‘FIGR’로 나스닥에서 거래될 예정이다. 피겨는 앞서 2021년 3억 2,000만 달러(약 4,608억 원) 기업가치 기준으로 2억 달러(약 2,880억 원)를 투자받은 바 있다. 이번 공모에는 회사가 신주를 발행함과 동시에 기존 주주 일부의 지분 매각도 포함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