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이사인 크리스토퍼 월러(Christopher Waller)가 스테이블코인과 탈중앙화금융(DeFi), 실물자산 토큰화(RWA)에 대한 강한 지지를 표명했다. 그는 최근 열린 블록체인 심포지엄에서 “결제 시스템이 기술 혁명의 한가운데에 있다”며, 금융 시스템의 디지털 전환에 있어 암호화폐가 핵심적 역할을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월러 이사는 특히 스테이블코인이 미국 달러의 국제적 위상을 유지하고 확장하는 데 중요한 수단이 될 수 있다고 언급했다. 그는 “스테이블코인은 리테일 결제는 물론, 국경 간 송금 효율성을 향상시킬 수 있다”며, 이들이 기존 결제 시스템을 대체하기보다는 보완해가는 방식으로 발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현재 대부분의 스테이블코인 결제는 여전히 기존 금융 인프라에 의존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연준이 최근 적극적인 기술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는 점도 눈길을 끈다. 월러 이사는 “스마트 컨트랙트, 인공지능(AI), 분산원장 기술, 실물자산 토큰화 등에 대해 집중 연구 중”이라며, 이를 통해 전통 금융과 디지털 자산 생태계 간의 융합을 뒷받침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혁신 기업들과의 긴밀한 협력이 필요하다고 덧붙이며, 민관 협업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또한, 월러 이사는 최근 통과된 GENIUS 법안을 언급하며 “결제용 스테이블코인 생태계 성장을 위한 중요한 이정표”라고 평가했다. 이 법안은 민간기업이 발행하는 스테이블코인이 보다 명확한 규제 틀 내에서 운용되도록 돕는 역할을 하며, 미국 내에서의 디지털 자산 채택을 촉진할 것으로 보인다.
월러 이사의 이번 발언은 올해 4월 연준이 기존의 ‘2022년 가이드라인’을 철회한 이후 점진적으로 드러나는 정책 전환의 일환으로 해석된다. 해당 가이드라인은 그간 미국 내 은행들의 암호화폐 업무 참여를 제한했던 조치였다.
스테이블코인 시장은 현재 시가총액 약 2,800억 달러(약 389조 2,000억 원) 규모다. 이 중 테더(USDT)가 60%를 차지하며 선두를 유지하고 있으며, 유통량은 약 1,670억 달러(약 232조 1,000억 원)에 달한다. 서클의 USD코인(USDC)은 시장 점유율 24%로 2위를 지키고 있으며, 이더스(USDe)가 메이커다오의 스테이블코인을 제치고 3위에 올랐다. 최근에는 리플의 RLUSD와 World Liberty Finance의 USD1 등 신규 스테이블코인들도 등장했지만, 여전히 시장점유율은 미미한 수준이다.
월러 이사는 “탈중앙화 금융이라고 해서 두려워할 필요 없다. 기술만 달라졌을 뿐, 본질적인 거래와 영수증 발행 방식은 같으며, 이는 단지 새로운 방식의 자산 이동과 기록”이라며 규제기관들에게 혁신을 수용할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번 연설은 미국 중앙은행 고위 인사가 직접 나서 암호화폐의 미래와 실물 금융과의 접점에 대한 긍정적인 메시지를 던졌다는 점에서, 정책 방향에 변화를 예고하는 신호탄으로 해석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