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플(XRP) 2,500만 개 이동…'고래 유입' 아냐, 내부 지갑 이전 해프닝

| 손정환 기자

미확인 지갑으로 2,500만 개, 약 1,012억 원 규모의 리플(XRP)이 이동하면서 암호화폐 커뮤니티가 혼란에 빠졌다. 해당 거래는 처음에는 글로벌 거래소 비트스탬프에서 발생한 것처럼 알려졌으나, 정작 실제 송신자는 다른 기관임이 드러났다.

대형 온체인 분석 플랫폼 웨일얼럿(Whale Alert)은 비트스탬프에서 2,500만 개의 XRP, 약 7,269만 달러(약 1,012억 원)를 인출해 미확인 지갑으로 전송한 거래를 포착했다고 밝혔다. 이 소식이 전해지자 커뮤니티는 리플이 대형 투자자, 이른바 ‘고래’들에게 다시 주목받는 조짐으로 해석하며 반등 기대감을 나타냈다.

하지만 데이터를 추적한 결과는 전혀 다른 사실을 보여준다. XRP 전용 추적 플랫폼 XRP스캔에 따르면, 이 거래는 거래소 간 이동이 아닌 비트고(BitGo)가 보유한 두 개의 내부 지갑 간 이전이었다. 비트고는 기관 투자자들을 위한 암호화폐 수탁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으로, 해당 거래는 단순한 ‘지갑 재배열’ 성격에 가깝다는 분석이다.

이번 혼선은 웨일얼럿이 거래소를 잘못 식별한 데서 비롯됐다. 왜 비트스탬프로 표기되었는지에 대한 공식 해명은 나오지 않았지만, 일부에서는 주소 태그를 둘러싼 데이터 처리 오류나 시스템상의 인식 문제일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한편, XRP는 단기 반등을 시도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암호화폐 분석가 알리 마르티네즈(Ali Martinez)가 공개한 기술적 지표에 따르면, XRP는 매수 신호를 시현하며 시간 단위 차트에서 추세 전환 가능성을 내비치고 있다. 현재 XRP는 전일 대비 3% 하락한 2.89달러(약 4,017원)에 거래되고 있으며, 이번 달 고점 대비 약 13.7% 하락한 상태다.

이번 사건은 거래소 간 대량 이동이 미치는 심리적 영향과 데이터 해석의 신중함이 왜 중요한지를 다시 보여주는 사례로 해석된다. 암호화폐 시장이 점점 더 기관화되는 가운데, 단순한 지갑 이동도 커뮤니티와 시장에 큰 파장을 일으킬 수 있다는 점이 또다시 입증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