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플, 스테이블코인 RLUSD로 日 시장 공략…SBI와 손잡고 내년 출시

| 민태윤 기자

리플이 자사의 미국 달러 기반 스테이블코인 RLUSD를 일본 시장에 정식 진출시키기 위해 일본 금융 대기업 SBI홀딩스와 제휴에 나섰다. 이번 협력은 RLUSD의 글로벌 확장을 위한 전략적 포석으로 풀이되며, 자금 이체 인프라를 넘어 기업용 스테이블코인 시장까지 본격 공략하겠다는 의지를 나타낸다.

이번 파트너십은 SBI홀딩스 산하의 암호화폐 거래 플랫폼 SBI VC 트레이드가 RLUSD를 유통하는 형태다. 관련 업무협약(MOU)에 따르면, RLUSD는 2026년 1분기 중 일본에서 정식 출시될 예정이다. 일본 최초의 전자결제수단거래업(EPI) 인가를 받은 SBI VC 트레이드는 RLUSD를 통해 일본 내 스테이블코인 선택지를 확장하게 될 전망이다. 토모히코 콘도 SBI VC 트레이드 대표는 “RLUSD 도입은 일본 시장에서 스테이블코인 신뢰성과 편의성을 한층 높이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리플과 SBI는 2016년 공동 투자로 ‘SBI 리플 아시아’를 설립한 바 있으며, 이번 RLUSD 공급은 오랜 파트너십의 연장선이다. RLUSD는 지난 2025년 12월 출시됐으며, 현재까지 유통량은 약 6억 6,600만 달러(약 9,267억 원) 수준이다. 이는 전체 스테이블코인 시장(약 2800억 달러, 약 389조 2,000억 원)에서 점유율 0.24%에 불과하지만, 성장 잠재력은 높다는 평가를 받는다.

일각에서는 RLUSD가 금융기관에만 제공될지, 일반 투자자도 구매 가능할지에 대한 구체적인 정보가 아직 공개되지 않아 향후 상세 발표가 주목된다. 한편 스테이블코인 출시 외에도 리플은 최근 제미니 거래소에 최대 1억 5,000만 달러(약 2,085억 원) 규모의 신용한도를 제공하며 미국 증시 상장에 힘을 실었다. 감당 여력 초과분은 RLUSD로 대체해 대출이 이뤄질 수 있다는 점도 RLUSD의 실사용 사례 확보 측면에서 의미가 있다.

하지만 이러한 호재에도 불구하고 리플의 거래 토큰 XRP 가격은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이날 오전 아시아 시장에서 XRP는 3.6% 하락한 2.83달러(약 3,934원)를 기록하며 최근 3주 최저치를 경신했다. 지난 7월 18일 기록한 사상 최고가 대비로는 22%나 빠졌다. 이는 전체 암호화폐 시장이 8월 14일 고점 대비 8.5% 하락한 것보다 가파른 하락폭이다.

시장에서는 '스팟 ETF 승인이 임박했다'는 기대감이나 RLUSD 확대 같은 긍정적인 뉴스가 XRP 가격 반등으로 이어지지 않고 있어, 단기 투자심리 회복에는 한계가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RLUSD의 일본 진출이 리플 전체 밸류에이션 회복으로 이어지려면, 무엇보다 실제 채택과 유통이 성과를 보여야 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