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더리움($ETH), 구조적 성장 가시화…디파이·L2 급증에 네트워크 수익 75%↑

| 서도윤 기자

이더리움(ETH) 가격이 지난 4월 저점을 기준으로 200% 가량 상승하며 강세장을 연출하고 있다. 하지만 진짜 변화는 가격보다 온체인 지표에서 포착되고 있다. 최근 블록체인 내 거래 수요와 디파이(DeFi) 활동의 급증이 눈에 띄면서, 시장은 단순한 투기성 랠리를 넘어 구조적 성장을 보여주는 국면에 진입했다는 평가다.

디파이 리서치 플랫폼 더디파이리포트(The DeFi Report)의 마이클 나도(Michael Nadeau)는 X(구 트위터)를 통해 최근 이더리움 블록체인 활동이 대폭 활성화됐다고 분석했다. 현재 이더리움 네트워크 수익의 약 75%는 사용자 수수료 및 주문 실행 최적화 수익(MEV)에서 발생하고 있으며, 이는 블록 공간에 대한 실질 수요 증가를 반영한다고 전했다. 스테이블코인 공급량 또한 7월 이후 14% 성장해 1,560억 달러(약 216조 8,400억 원)에 달했고, USDT와 USDC 중심의 이더리움 기반 거래가 활발하게 이어지고 있다.

네트워크 사용량도 기록적인 수준에 근접하고 있다. 레이어1(L1) 기준으로 하루 약 60억 달러(약 8조 3,400억 원) 규모의 결제가 처리되고 있으며, 기관 투자자의 참여도 눈에 띄게 확대되고 있다. 대표적 사례로 톰 리(Tom Lee)의 비트마인 이머전 테크놀로지스(BitMine Immersion Technologies)는 최근 일주일 사이 이더리움을 1.7백만 개, 총 80억 달러(약 11조 1,200억 원) 상당을 매입하며 기업 최대 보유자로 자리매김했다.

다만, 아직 시장은 불안정한 모습도 보인다. 이더리움은 최근 4,900달러 선 돌파 후 단기간 550달러 넘게 하락하면서, 약 1억 1,000만 달러(약 1,529억 원) 규모의 레버리지 포지션이 청산됐다. 가격 하락 직전까지도 고래 및 기관 매수세가 이어진 점을 감안하면, 투자 심리는 여전히 변동성에 취약하다는 지적이다.

이날 보도 시점 기준으로 이더리움은 4,445달러(약 618만 원) 선에서 거래 중이며, 최근 24시간 기준 5.5% 하락했지만 일주일 기준으로는 5.3% 상승한 상태다. 같은 기간 전체 암호화폐 시장이 0.3% 하락한 것과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견조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ETH/BTC 비율도 현재 0.0403 수준으로, 4월 중순 저점인 0.024에서 지속적으로 상승 중이다.

이런 흐름에 힘입어 레이어2(L2) 네트워크도 빠르게 성장 중이다. 나도는 L2 트랜잭션 양이 사상 최고치에 근접했다고 밝혔으며, 특히 코인베이스의 베이스(Base) 네트워크가 전체 거래의 절반가량을 차지했다. 그 뒤를 아비트럼(Arbitrum), 월드코인(Worldcoin)이 잇고 있다.

그러나 이더리움의 핵심 토큰 소각 메커니즘은 아직 본격적으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 블록당 평균 블롭(blob) 사용량이 아직 충분한 수준에 도달하지 않아 눈에 띄는 소각 효과는 제한적인 상태다.

한편 이더리움재단은 네트워크의 지속 가능한 보안 강화를 위한 전략 실행에도 나섰다. 지난주 재단은 ‘1조 달러 보안 기준(Trillion Dollar Security)’ 이니셔티브의 다음 단계를 공식 발표하면서 지갑과 계약의 안전성 향상을 위한 다각적 조치를 예고했다. 여기에는 공개 취약점 데이터베이스 구축과, 사용자 이해를 돕는 시각적 트랜잭션 미리보기 도입 등이 포함된다.

이처럼 이더리움은 단순한 가격 상승을 넘어, 네트워크 수익 구조 개선과 사용자 경험 향상, 보안 강화 등 전방위적인 개선 국면에 접어든 모습이다. 당분간 높은 가격 변동성을 피하기는 어렵겠지만, 구조적 성장의 흐름은 보다 장기적 상승장을 뒷받침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