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이 주도하는 공공 블록체인 플랫폼 EBSI(European Blockchain Services Infrastructure) 상에서 중소기업(SME) 디지털 채권 발행을 위한 인프라 구축이 본격화된다. 체코 기술대학이 주도하는 프로젝트 DEUSS는 이 플랫폼을 활용해 유럽 내 자금조달 방식을 혁신하겠다는 계획이다. DEUSS는 이미 210개 기업으로부터 플랫폼 활용 의향서를 확보한 상태다.
EBSI는 유럽연합 집행위원회와 회원국, 노르웨이, 리히텐슈타인이 공동으로 구축한 범유럽 공공 블록체인으로, 검증 가능한 신원 증명(Verifiable Credentials) 기능이 핵심 기술로 꼽힌다. 이는 블록체인 기반의 신뢰 체계 위에서 기업 정보와 참가자 자격을 효과적으로 인증할 수 있는 솔루션이다. DEUSS는 이 기능을 활용해 중소기업들이 보다 저렴하면서 투명하게 채권을 발행할 수 있는 환경을 구축하고 있다.
슬로건은 화려하지만 DEUSS는 일반적인 민간 스타트업과는 거리가 멀다. 체코 기술대학이 주축이 된 국가 지원 컨소시엄으로, 체코 산업통상부(MIT) 입찰에서 선정된 후 정부의 예산지원을 받아 움직이고 있다. 이 컨소시엄은 체코 외에도 슬로바키아, 폴란드, 스페인, 그리스, 불가리아의 대학 및 블록체인 기업들이 폭넓게 참여하고 있으며, 대표적으로 스페인의 ‘알라스트리아(Alastria)’ 블록체인 생태계와 크라우드펀딩 스타트업 ‘크라우드베리(CrowdBerry)’가 포함됐다.
중소기업 채권 시장은 전통적인 금융 시스템의 제약과 높은 진입 장벽으로 규모가 제한적이었다. 하지만 블록체인 기술을 기반으로 한 디지털 채권은 발행 비용 절감, 접근성 향상 등 여러 이점을 가져다줄 수 있다는 점에서 시장의 이목을 끌고 있다. 특히 EU 집행위원회의 지원을 받는 공공 블록체인이라는 점에서 제도권 안착 가능성도 높게 평가된다.
EBSI 기반의 DEUSS 플랫폼은 디지털 ID 통합, 거래 기록 위∙변조 불가능성, 전송 효율성 등에서 기술적인 우위를 보인다. 이는 각국 규제와 기초 인프라가 상이한 EU 내에서 디지털 채권 시스템 구축이 어려웠던 이유를 상당 부분 해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EU는 디지털 자산과 토큰화 금융에 있어 글로벌 표준을 선점하려는 행보를 강화 중이다. 이번 프로젝트는 그 일환으로, 민간과 공공이 협력해 실질적인 기술 적용을 시도하는 대표적인 사례로 주목된다. DEUSS의 성공 여부가 향후 중소기업 금융과 블록체인 인프라 확산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