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과 삼성을 넘어서는 대체재가 아니라, 블록체인의 핵심 가치를 담은 새로운 하드웨어 생태계를 꿈꾸는 스타트업들의 도전이 모바일 디바이스 시장 곳곳에서 전개되고 있다. Web3 기업들이 단순한 토큰과 앱 중심에서 벗어나 실제 하드웨어 기기를 통해 일상의 디지털 경험에 변화를 주려는 움직임이 가시화되고 있다.
Gaia Labs는 25일, 한국과 홍콩 시장을 겨냥해 AI 기능이 탑재된 스마트폰을 출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 제품은 삼성 갤럭시 S25 엣지 기반 하드웨어에 구축되며, 클라우드가 아닌 기기 자체에서 AI 모델을 실행하는 것이 핵심이다. 사용자는 인터넷 연결 없이도 AI 에이전트와 상호작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웹3 기능으로는 온체인 신원 인증, ‘가이아 도메인’ 선탑재, 맞춤형 AI 에이전트를 구축할 수 있는 툴킷 등이 포함된다.
이러한 하드웨어 실험은 가이아만의 시도는 아니다. 솔라나랩스(Solana Labs)의 자회사인 솔라나모바일(Solana Mobile)은 지난 8월 두 번째 웹3 스마트폰 ‘솔라나 시커’를 공개했다. 해당 기기는 출시 전부터 15만 대 이상의 예약 주문을 받았으며 50개국 이상으로 출하됐다. 이전 제품인 ‘사가(Saga)’는 2023년에 출시돼, 내장된 지갑 기능과 전용 디앱 스토어, 그리고 밈코인 봉크(BONK)의 에어드롭 기회로 인해 단기간에 판매량이 급증한 바 있다.
이처럼 웹3 스마트폰이 거대 제조사를 대체하는 전략은 아니다. 솔라나모바일의 총책임자 에밋 홀리어(Emmett Hollyer)는 블로그를 통해 “우리가 목표하는 것은 애플이나 삼성의 시장을 빼앗는 것이 아닌, 암호화폐 개발자와 이용자를 위한 완전히 새로운 모바일 생태계를 구축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흐름의 초기 개척자 중 일부는 대기업이었다. 대만의 HTC는 2018년 안드로이드 기반 블록체인 스마트폰 '엑소더스 1'을 공개하며 하드웨어 지갑 ‘사이온 볼트’를 내장하고 비트코인(BTC), 이더리움(ETH) 등 다양한 블록체인을 지원했다. 이후 2022년에는 럭셔리 브랜드 버투(Vertu)가 Web2/Web3 듀얼 플랫폼, NFT 및 지갑 기능을 볼 수 있는 메타버투(Metavertu)를 출시해 프리미엄 시장을 겨냥했다.
이 같은 기술 실험의 성공지표는 단순한 판매량이 아니다. 가이아의 공동 설립자인 샤샹크 스리파다(Shashank Sripada)는 “중요한 것은 시장 점유율보다 탈중앙화된 기술이 빅테크 중심의 AI 독점 구조에 대한 실질적 대안이 될 수 있음을 입증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모바일에 이어 게이밍 하드웨어 시장까지도 이 같은 흐름이 확산되고 있다. 수이(SUI) 블록체인을 개발한 미스텐랩스(Mysten Labs)는 2024년 말 웹3 휴대용 콘솔 ‘수이플레이0X1’을 공개했다. 이 제품은 플레이트론(Playtron)과 협력해 개발됐으며, 고성능 PC 게임 실행은 물론 zkLogin과 온체인 자산 관리 기능을 탑재해 웹3 게임 유저에게 특화된 경험을 제공한다.
지금까지 가상 세계와 앱 속에서만 머물러 있던 Web3 기술이 실제 손에 쥘 수 있는 기기로 확장되고 있다. 하드웨어를 거점 삼아 사용자의 디지털 정체성과 자산 관리 방식까지 바꾸려는 이들의 실험이 어떤 파급력을 발휘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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