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디아 커스터디, SBI와 일본 합작 해체…아시아 전략 재정비 신호탄

| 민태윤 기자

영국 스탠다드차타드(Standard Chartered)와 미국 노던트러스트(Northern Trust)가 공동 출자한 디지털 자산 수탁업체 조디아 커스터디(Zodia Custody)가 일본 SBI홀딩스와의 합작 회사를 해체하기로 결정했다. 당초 양사는 일본 시장 내 기관투자가 대상 디지털 자산 수탁 솔루션을 제공할 계획이었으며, SBI가 지분 51%를 보유해 사실상 주도권을 쥐고 있던 상태였다.

이번 해체는 양측의 전략적 합의에 따라 이뤄졌다. 조디아 커스터디 최고경영자 줄리안 소이어는 이메일을 통해 "이번 결정은 SBI홀딩스의 지역 전략을 반영한 결과로, 양사가 공동으로 도출한 결론"이라며 "중요한 점은 SBI가 여전히 조디아 커스터디의 주요 투자자로 남아 있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그는 "우리는 아시아 시장에 대한 의지가 확고하며, 지역 내 강력한 파트너십을 지속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지난 2023년, 조디아 커스터디는 시리즈 A 투자 유치에서 SBI홀딩스로부터 2,000만 달러(약 278억 원)를 확보하며 총 지분의 20%를 매각했다. 이후 호주 내셔널오스트레일리아은행(National Australia Bank)과 아랍에미리트 에미리트NBD(Emirates NBD) 역시 전략적 투자자로 참여하며 글로벌 확장을 가속화했다. 특히 에미리트NBD 투자 이후에는 아랍에미리트 현지 수탁사 텅스텐 커스터디(Tungsten Custody)를 인수하며 중동 진출의 발판을 마련하기도 했다.

조디아 커스터디는 은행권의 안정성을 바탕으로 한 전문 디지털 자산 수탁 솔루션을 제공하며, 규제 준수와 보안 측면에서 강점을 인정받고 있다. 일본 합작 법인의 해체가 단기적으로는 시장 진입 차질로 해석될 수 있지만, 오히려 지역 전략을 재조정하는 계기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들은 "일본처럼 감독 기준이 명확하지 않은 시장에서는 비즈니스 모델 유연성이 핵심"이라며 "조디아 커스터디가 독자적 구조나 다른 파트너십 모델을 통해 일본 시장 진출을 재도모할 가능성도 있다"고 평가했다.

이번 결정은 디지털 자산 수탁 서비스 확장을 둘러싼 세계 주요 금융기관들의 전략적 셈법이 복잡하게 얽혀 있음을 보여준다. 특히 기관 투자자 유치를 위한 글로벌 수탁 인프라 구축 경쟁이 본격화되는 지금, 조디아 커스터디의 다음 행보에 시장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