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규어, IPO 첫날 주가 21% 급등… 블록체인 금융의 새 역사 썼다

| 김민준 기자

신규 블록체인 기술 기업 피규어(Figure Technology Solutions Inc.)가 기업공개(IPO)를 통해 약 787억 5,000만 달러(약 1조 1,340억 원)를 조달하며 화려한 증시 데뷔에 성공했다. 상장 첫날 주가는 21% 급등했고, 이에 따라 시가총액은 약 52억 9,000만 달러(약 7조 6,100억 원)로 치솟았다.

이번 IPO에서 피규어는 주당 25달러에 약 3,150만 주를 발행했다. 이는 당초 희망가였던 18~20달러를 훌쩍 뛰어넘는 수준이었다. 상장 과정에 기존 주주들도 일부 지분을 매각하며 유동성을 확보했다.

피규어는 2018년 주택담보대출(HELOC) 서비스를 시작으로 블록체인 기반 금융 플랫폼 시장에 뛰어들었다. 핵심 기술은 자사의 프로비넌스 블록체인(Provenance Blockchain)으로, 대출 정보를 변경 불가능한 형태로 저장해 투명성과 보안성을 강화했다. 이 플랫폼은 전통 금융보다 상당히 빠르고 저렴한 서비스를 제공한다고 피규어 측은 강조한다.

예를 들어, 피규어가 대출을 실행하는 데 걸리는 중간 시간은 10일로, 업계 평균보다 네 배 이상 빠르다. 대출 신청 역시 평균 5분 내외로 자동 처리되며, 등기 소유권 확인 등의 절차도 자동화되어 운영 효율성을 높이고 있다.

최근 피규어는 직접 대출을 넘어 다른 금융기관들이 자사의 블록체인을 활용해 채권을 발행할 수 있도록 확장했다. 이 같은 비즈니스 모델을 통해 피규어는 거래당 수수료를 수취하고 있다. IPO 제출자료에 따르면 현재 165개 이상의 금융기관이 피규어의 블록체인을 활용 중이며, 이는 미국 내 상위 20대 모기지 대출기관 중 절반을 포함한다.

암호화폐 거래 서비스에도 진출한 피규어는 지난해 자사의 디지털 자산 거래소를 론칭했다. 이어서 YLDS라는 이름의 이자지급형 스테이블코인도 선보였다. 이 코인은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증권 자산으로 등록되었으며, 토큰 보유자에게 일정한 수익을 제공한다.

올해 상반기 피규어가 벌어들인 매출은 1억 9,100만 달러(약 2,750억 원)로, 전년 동기 대비 22% 증가했다. 특히 주목할 부분은 이 기간 동안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는 점이다. 피규어는 지난해 같은 기간 1,300만 달러의 적자를 기록했으나, 올해엔 2,900만 달러(약 417억 원)의 순이익을 올렸다.

피규어 창업자인 마이크 캐그니(Mike Cagney)는 투자자 서한을 통해 향후 사업 확장의 청사진도 제시했다. 그는 “블록체인의 가치 제안은 모든 자산군에도 확장 가능하다”며 “대출에서 시작했지만, 향후 주식 등 다양한 금융자산을 체인 상에서 거래할 수 있도록 이끌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피규어의 성공적인 IPO는 블록체인 기술이 실생활 금융 인프라에 접목되어 실질적인 수익모델을 만든 사례로, 향후 기술 기반 스타트업의 상장 전략에 귀감이 될 가능성이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