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플의 탈중앙화금융(DeFi) 야심이 한층 구체화됐다. 시가총액 약 1800억 달러(약 250조 2,000억 원)에 달하는 리플의 대표 토큰 XRP가 기존 결제 용도를 넘어 기관 특화 DeFi 자산으로 진화하고 있다. 최근 공개된 리플의 DeFi 로드맵은 XRP레저(XRPL)를 글로벌 기관이 신뢰할 수 있는 정산 레이어로 자리매김시키겠다는 전략을 전면에 내세웠다.
디파이라마(DefiLlama)에 따르면, 탈중앙화 금융 생태계는 현재 1618억 달러(약 224조 5,000억 원)가 프로토콜에 예치돼 있으며, 스테이블코인 발행량은 2928억 달러(약 406조 9,000억 원), 분산형 거래소(DEX)에서의 일일 거래량은 156억 달러(약 21조 6,800억 원), 파생상품 일일 거래량은 230억 달러(약 31조 9,700억 원)에 달한다. 리플은 이처럼 이미 규모를 갖춘 글로벌 DeFi 인프라 속에서 XRP의 핵심 활용도를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이번 로드맵을 통해 업그레이드된 XRPL에는 규제 준수 상태를 온체인으로 증명할 수 있는 기능, 발행인을 위한 자산 동결 제어, 테스트 오류를 최소화하는 시뮬레이션 도구 등이 추가됐다. 이는 규제 기관의 우려를 불식시키는 한편, 최근 한 달간 10억 달러(약 1조 3,900억 원)를 초과 발행한 XRPL 기반 스테이블코인의 성장과도 맞물린다. XRPL은 현재 실물 자산 기반 체인 중 시가총액 기준 상위 10위권에 속하며, 가치 기준으로 약 156억 달러(약 21조 7,000억 원) 규모의 탈중앙화 자산이 구축돼 있다.
가장 눈길을 끄는 부분은 3.0 버전에서 본격 적용될 프로토콜 레벨의 대출 시스템이다. 네이티브 KYC/AML 기준에 부합하는 유동성 풀을 통한 대출 발행은 기관 대상의 저비용 신용 공급과 직접 수익 창출 기회를 제공할 것으로 보인다. 오는 10월 적용 예정인 다목적 토큰(Multi-Purpose Token) 표준은 채권이나 구조화 금융상품을 XRPL에서 직접 발행하고 거래할 수 있도록 한다.
리플은 해당 기능들을 단순한 실험이 아닌, 규제가 통제하는 '합법적 자금'을 암호화폐 시장으로 유도하는 핵심 전략의 일부로 명시했다. 특히 이 생태계에서 XRP가 담보 자산이자 결제 수단이라는 이중 역할을 수행하게 된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또한, 리플은 거래 당사자 간 자산 세부 정보를 노출하지 않으면서도 감사를 통과할 수 있는 '제로 지식 증명' 기반 프라이버시 기능 개발에도 착수했다. 이는 기관 고객의 보안 민감성을 고려한 조치다.
최근 ETF 시장에 단 하루 동안 2억 7,000만 달러(약 3,753억 원)의 자금이 유입되고, 스테이블코인 발행량이 3,000억 달러(약 417조 원)에 근접하고 있는 가운데, 리플의 이번 로드맵은 XRP가 단순 생존을 넘어서 디지털 금융 중심 자산으로 도약하려는 명확한 시그널임을 시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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