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최대 투자은행 중 하나인 소시에테제네랄(Société Générale)의 블록체인 자회사 소시에테제네랄-포지(Société Générale-Forge)가 발행한 미국 달러 연동 스테이블코인 USD코인버티블(USDCV)이 유럽 공식 암호화폐 거래소에 등장했다. 독일 금융감독청(BaFin)의 승인을 받은 불리쉬 유럽(Bullish Europe)은 유럽연합에서 처음으로 USDCV 거래를 지원하는 플랫폼이 됐다고 9일(현지시간) 밝혔다.
USDCV의 상장은 소시에테제네랄-포지가 미국계 금융 대기업인 뱅크오브뉴욕멜론(BNY Mellon)을 커스터디로 지정해 스테이블코인 출시를 알린 지난 6월 발표 이후 나온 첫 본격 행보다. 지난해 이 회사가 출시한 유로 연동 스테이블코인 유로코인버티블(EURCV)에 이어 이번에는 미국 달러 기반 디지털 자산을 통해 본격적인 소매 및 기관 시장 확대에 나선 것으로 분석된다. 소시에테제네랄-포지 측은 USDCV가 결제 및 외환, 송금, 디지털 자산 저장 수단 등 다양한 목적에 활용될 수 있도록 설계됐다고 설명했다.
두 스테이블코인 모두 유럽연합의 암호자산 시장규제(MiCA)에 따라 전자화폐(e-money) 자산으로 인정되며, 자유롭게 이동이 가능하다. 소시에테제네랄-포지는 프랑스 금융감독청(ACPR)으로부터 전자화폐기관 라이선스를 확보한 상태다. 이는 유럽 내에서 규제를 피하지 않고 정식 라이선스 등록을 통해 제도권 자산으로 인정받았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진전으로 평가된다.
한편 최근 유럽 시장 내 스테이블코인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지난 7월에는 도이체방크 계열 운용사 DWS, 갤럭시디지털, 플로우트레이더스가 공동 투자한 유로 기반 스테이블코인 ‘EURAU’가 주목받았다. 이 코인은 이더리움 블록체인에서 발행됐고 BaFin 승인도 획득하며 출범했다. 같은 달 미국의 스테이블코인 발행사 팍소스(Paxos)는 유럽에서의 MiCA 규제에 부합하는 ‘글로벌달러(USDG)’를 출시하며 규제 적격성을 입증했다.
이러한 흐름의 이면에는 유럽 정부 당국의 스테이블코인에 대한 경계심이 깔려 있다. 특히 비유럽권, 특히 미국에서 발행된 스테이블코인은 공동 규제 틀 바깥에 위치해 유로존의 금융 안정성을 해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반복되고 있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유럽중앙은행(ECB) 총재는 최근 비EU권에서 발행된 스테이블코인에 대해 "튼튼한 MiCA 틀 밖에서 운영되는 자산은 투명성과 안정성 모두 결여돼 있다"며 규제 공백에 대한 대책 마련을 주장했다. ECB 수석 고문 위르겐 샤프는 "공동 규제를 포기하면 달러 패권과 규제 차익 심화로 금융 시스템이 심각한 위협에 직면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탈리아 경제재정부 장관도 지난 4월 "미국산 스테이블코인이 유럽 경제에 끼치는 위협은 미국산 관세 조치보다 더 심각하다"며 우려를 표명한 바 있다. 유럽이 더는 스테이블코인 경쟁에서 후발 주자로 밀려날 수 없다는 자각이 본격적인 플랫폼 확장과 규제 합리화 흐름으로 이어지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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