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더, 기업가치 695조 원 평가…트럼프 행정부 호재 속 27조 원 자금 유치 추진

| 민태윤 기자

세계 최대 스테이블코인 발행사인 테더(Tether)가 기업 가치를 약 5000억 달러(약 695조 원)로 평가받으며 최대 200억 달러(약 27조 8,000억 원) 규모의 자금 조달에 나섰다. 이는 경쟁사인 서클(Circle)의 현재 시가총액 약 300억 달러(약 41조 7,000억 원)를 압도하는 수치다.

파올로 아르도이노(Paolo Ardoino) 테더 CEO는 이번 자금 조달이 기존 및 신규 사업을 ‘수차례의 도약 수준’으로 확대하기 위한 전략적 투자 유치라고 밝혔다. 테더는 현재 전체 주식의 약 3%에 해당하는 지분을 사모 방식으로 판매할 계획이며, 주요 글로벌 투자자들에게 투자처로 제안하고 있다. 투자 자문은 미국 금융사 캔터 피츠제럴드가 맡았다.

테더는 이번 자금을 스테이블코인 사업 외에도 인공지능(AI), 상품 거래, 에너지, 통신, 미디어 등 다양한 산업으로 사업 다각화를 추진하는 데 활용할 방침이다. 특히 미국 시장으로의 재진출에 속도를 내고 있다. 반(反)암호화폐 기조였던 바이든 행정부 시절 규제에 부딪혀 미국과 거리 두기를 했던 테더는, 친(親)암호화폐 환경을 조성 중인 트럼프 행정부 하에서 미국 내 입지 강화를 본격화하고 있다.

이를 위한 조치로 테더는 백악관 출신 암호화폐 관리였던 보 하인스(Bo Hines)를 미국 사업 담당 CEO로 선임했으며, 미국 내 규제에 부합하는 새로운 스테이블코인 ‘USAT’를 출시했다. 이 코인은 ‘GENIUS 법안’ 아래에서 규제받는다.

테더의 재무 실적도 눈에 띈다. 미국 국채 등 현금성 자산에 대한 투자 수익으로 2분기 동안 49억 달러(약 6조 8,110억 원)의 수익을 올렸으며, 아르도이노는 테더의 영업마진이 99%에 달한다고 강조했다.

시장에서는 이번 행보를 두고 관심과 기대가 교차한다. 루미다 웰스매니지먼트의 창업자 람 아흘루왈리아는 “작년에 테더의 지분을 갖고 싶다고 했을 때 조롱 받았지만, 실제로는 세계 최고의 수익률을 자랑하는 사업”이라며 투자 매력도를 언급했다. 반면 비트멕스 공동창립자인 아서 헤이즈(Arthur Hayes)는 “테더의 미국 IPO가 곧 이어지면 서클은 끝장날 것”이라며 경쟁 구도에 불을 지폈다.

한편 테더의 대표 스테이블코인인 USDT의 유통량은 사상 최고치인 1,730억 달러(약 240조 원)를 돌파하며 전체 스테이블코인 시장의 56%를 점유하고 있다. 이는 USDC의 점유율(25%)을 두 배 이상 앞서는 수치다. 업계에 따르면 올해 초 GENIUS 법안이 통과된 이후 스테이블코인 수요가 급증하며, 테더 공급량은 연초 대비 약 26% 증가했다.

코인게코(CoinGecko)는 현재 전체 스테이블코인 시가총액이 3,000억 달러(약 417조 원)에 근접했다고 밝혔다. 이러한 점을 감안할 때, 테더의 공격적인 자금 조달과 사업 확장은 시장 전반에 중대한 전환점이 될 가능성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