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플·테더 CEO, CFTC 행사서 첫 동반 등장…스테이블코인 주도권 전면전 예고

| 서지우 기자

리플(Ripple)과 테더(Tether)의 최고경영자들이 나란히 공식 석상에 등장해 눈길을 끌었다. 최근 미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가 개최한 토큰화 자산 및 스테이블코인 이니셔티브 런칭 행사에 브래드 갈링하우스(Brad Garlinghouse) 리플 CEO와 파올로 아르도이노(Paolo Ardoino) 테더 CEO가 함께 참석하면서, 그간의 갈등에도 불구하고 공식석상에서 얼굴을 마주했다.

이 행사는 미국 시장의 자본 비용을 줄이고 디지털 자산을 활용한 금융 혁신을 유도하겠다는 CFTC의 전략 중 하나로, 크립토닷컴($CRO) CEO 크리스 마르잘렉(Kris Marszalek)을 포함한 업계 주요 인사들이 대거 참여했다. 캐롤라인 팜(Caroline Pham) CFTC 위원은 본인의 SNS를 통해 이 행사에 대해 “시장 현대화의 킬러 앱이 될 것”이라며 “미국 경제 성장을 촉진할 핵심 촉매”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이 두 CEO의 만남은 단순한 행사 참석 그 이상으로 해석되고 있다. 갈링하우스는 과거 인터뷰에서 “테더는 암호화폐 시장의 다음 블랙스완 사건이 될 수 있다”는 발언을 해 아르도이노와의 갈등을 야기한 바 있다. 이에 아르도이노는 “그(갈링하우스)는 SEC의 조사를 받고 있는 사람”이라며 맞받아치는 등 양측의 신경전이 공개적으로 이어졌던 만큼, 이번 동반 등장은 더욱 화제가 되고 있다.

특히 두 기업 간의 경쟁 구도는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테더는 최근 미국 규제 프레임워크에 맞춘 신규 스테이블코인 ‘USAT’를 출시했다. 이는 지난해 리플이 정식 도입한 스테이블코인 RLUSD와 직접적인 경쟁 구도를 형성하게 될 전망이다. 미국 내 스테이블코인 시장 주도권을 놓고 벌어질 두 기업 간의 물밑 경쟁도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양사의 수장은 이번 행사에서 나란히 모습을 드러냄으로써 경쟁과 협력의 경계가 더욱 모호해진 크립토 생태계의 현실을 보여줬다. 전문가들은 “업계 리더들 간의 공개 경쟁이 단기적 긴장을 유도할 수는 있지만, 산업의 신뢰성과 투명성을 확보하는 계기로 작용할 수도 있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