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 채굴 방식, AI 인프라 혁신 가능성 제기…PoW 구조가 핵심

| 김민준 기자

가상자산 분야에 혁신을 불러온 비트코인이 인공지능(AI) 인프라 구축 방식에도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다. 비트코인이 채굴 보상 메커니즘을 통해 연산 효율성과 하드웨어 개발 경쟁을 이끈 것처럼, AI 역시 마찬가지 방식으로 획기적인 발전을 이룰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다닐 리버만과 데이비드 리버만 형제는 AI 생태계가 지금보다 훨씬 더 효율적이고 개방적으로 진화하려면 작업증명(PoW) 기반 인센티브 구조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15년 전만 해도 비트코인(BTC) 채굴은 일반 게이머용 그래픽카드로도 가능할 만큼 단순했고, 전체 네트워크의 해시레이트도 낮았다. 하지만 PoW 구조는 가장 효율적으로 블록을 처리하는 사람에게 보상을 지급하는 시스템이다. 이 구조는 더 빠르고 강력한 채굴 하드웨어의 등장을 촉진했고, 결국 암호화 연산에 특화된 ASIC 기기들이 개발됐다. 오늘날 ASIC이 보여주는 성능은 일반 GPU보다 무려 10만 배 이상 효율적이다.

한정된 가상자산 보상을 둘러싼 이 경쟁은 최소 비용으로 최대 연산을 수행하려는 기술 각축전을 만들었고, 그 결과 비트코인 인프라는 15년 만에 16GW 수준으로 성장했다. 이는 최신 엔비디아의 최상급 GPU 1,000만 대를 구동할 수 있는 전력으로, 오픈AI·마이크로소프트 애저·아마존 웹서비스·구글 클라우드·xAI를 모두 합한 역량을 뛰어넘는 매머드급 규모다.

AI 역시 마찬가지다. 현재 AI 모델은 범용 반도체 위에서 작동한다. 하지만 PoW 구조로 재편된 AI 네트워크가 등장하면, 누구든지 자신의 연산 자원을 제공하고 AI 작업 처리에 기여한 만큼 보상을 받는 구조가 가능해진다. 더 이상 대기업의 영업과 유통망에 의존할 필요 없이 누구나 효율만 입증하면 수익을 올릴 수 있다는 얘기다.

이러한 모델이 현실화되면, 반도체 제조사들의 경쟁은 촉발될 수밖에 없다. 누구보다 저렴하고 효율 좋은 AI 전용 칩을 먼저 내놓는 기업이 시장을 선점하게 되기 때문이다. 지금의 비트코인 채굴 시장에 가까운 게임이 새로운 기술경쟁의 무대로 바뀔 가능성이 농후하다. 게다가, 이 생태계엔 이미 비트코인 시대에 큰 부를 거머쥔 투자자들이 포진해 있다. 블록체인 신봉자와 수십억 달러 규모의 자산이 이미 운집해 있을 만큼, 이 시장은 한층 강력하고 빠른 동력을 갖고 있다.

반면, 일부 AI 프로젝트는 지분증명(PoS)에 의존하고 있다. 이 구조는 단순히 많은 지분을 보유한 사람에게 보상을 우선 지급하기 때문에, 하드웨어 효율이나 연산 기여도와는 별개다. 대표 사례로 거론되는 Bittensor에서 가장 고성능 연산을 수행하는 Subnet 64는 전체 네트워크 보상의 겨우 5%만을 받는다. 나머지 95%는 큰 기여가 없는 지분 보유자들이 차지하는 구조다.

이러한 구조는 기술 혁신을 유도하기보다, 자산 보유량에 따른 기득권 중심의 게임으로 흐를 우려가 있다. 진정한 분산형 AI 네트워크는 효율적 장비를 만든 사람이나 실질적 기여자에게 보상이 집중돼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는 배경이다.

작업증명의 핵심은 단지 코인을 채굴하는 게 아니다. 경쟁을 통해 더 나은 기술 인프라를 창출하는 데 있다. 지난 10년간 블록체인 커뮤니티는 기존 중앙화 시스템보다 수천 배 이상 강력한 연산 인프라를 만들어냈다. 이 논리에 따라, AI에서도 중앙 집중형 시스템을 벗어나 전기처럼 저렴하고 풍부한 인공지능을 구현할 수 있는 가능성이 열린다.

리버만 형제는 “지금의 AI 시스템은 2009년 비트코인과 매우 흡사한 출발점에 있다”고 평가하며, 초기 참여자들에게 가장 큰 기회가 돌아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PoW 기반의 AI 네트워크에 주목하고, 본인이 보유한 연산 자원이나 외부에서 임대한 컴퓨팅 자원을 공급해 직접 채굴에 참여하는 방식이 유망하다는 설명이다. 새로운 AI 인프라의 기초를 지금 다지는 이들이 곧 가장 큰 수익자가 될 것이란 조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