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프트, 컨센시스와 손잡고 블록체인 결제망 구축…리플(XRP)과 정면승부

| 민태윤 기자

세계 금융 결제망의 중심에 있는 스위프트(SWIFT)가 블록체인 기반 국제결제망 구축이라는 중대한 행보에 나선다. 이더리움(ETH) 공동 창립자 조 루빈(Joe Lubin)이 이끄는 컨센시스(Consensys)와 손잡고 차세대 블록체인 네트워크를 개발 중이라고 파이낸셜타임즈(FT)가 보도했다. 이로써 스위프트는 사실상 리플(XRP)과 정면 승부를 피할 수 없게 됐다.

이번에 준비 중인 분산원장(shared ledger) 시스템은 실시간 국제 송금을 주요 활용사례로 삼고 있다. 빠른 속도와 비용 절감을 무기로 스위프트는 기존 메시징 중심의 결제 생태계에서 기술 중심의 금융 전환을 꾀하고 있으며, 이는 블록체인 기반 송금 시스템을 선도해온 리플과의 경쟁 구도를 더욱 명확히 하고 있다.

이 프로젝트에는 미국의 JP모건, 독일 도이치은행을 포함한 전 세계 30개 이상의 대형 금융기관이 참여하고 있다. 이들은 컨센시스와 공동 개발 중인 프로토타입을 테스트할 예정이며, 조만간 실제 적용을 위한 준비에 들어간다. 특히 주목할 점은 이 시스템이 규제된 스테이블코인 및 토큰화 자산을 모두 지원하며, 퍼블릭 및 프라이빗 블록체인을 아우르는 통합 구조를 갖추고 있다는 점이다.

스위프트는 이번 블록체인 도입을 통해 빠르게 변화하는 디지털 자산 환경에서 자신들의 위상을 재정립한다는 방침이다. 최근 몇 년간 스테이블코인을 중심으로 한 블록체인 결제 도입이 빠르게 확산되면서, 은행과 기업들은 스위프트를 우회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에 대한 방어적 전략으로도 이번 시도가 해석된다. FT는 "스위프트의 이번 시도는 미래의 국제결제 시장에서 퇴출당하지 않기 위한 선제 조치"라고 분석했다.

규모와 영향력 면에서 글로벌 결제 인프라의 핵심인 스위프트가 블록체인으로 직접 전환하는 것은 업계 전반에도 상당한 파급효과를 예고한다. 이는 단순한 기술 전환이 아니라 중앙화된 글로벌 메시징 시스템이 탈중앙화 구조와 어떻게 공존하거나 경쟁할지를 가늠해볼 수 있는 시금석이 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