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자, 스테이블코인 기반 실시간 해외 송금 시범 추진…글로벌 결제 혁신 신호탄

| 민태윤 기자

비자(Visa)가 스테이블코인을 활용한 실시간 해외 송금 파일럿 프로그램을 시작하며 블록체인 결제 영역에서 본격적인 확장에 나섰다. 시범 프로그램은 서클(Circle)의 USDC와 EURC를 현금성 자산으로 미리 충전해 국경 간 송금에 사용하는 방식이다. 금융 인프라의 디지털 전환이 가속화되는 가운데, 비자는 이번 도입을 통해 글로벌 자금 이동의 속도와 효율을 크게 끌어올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번 시범 사업은 글로벌 금융 컨퍼런스 시보스(SIBOS) 2025를 통해 공식 발표됐으며, 참여하는 일부 은행과 핀테크 기업들은 USDC와 EURC를 사전에 충전해 비자 다이렉트(Visa Direct)의 결제 네트워크를 통해 즉각적인 해외 지급결제 서비스를 실현할 수 있다. 이로써 기존에 수 일씩 걸리던 국제 자금 이체가 몇 초 내에 처리되는 것이 가능해질 전망이다.

비자의 커머셜 및 자금 이동 솔루션 부문 대표 크리스 뉴커크(Chris Newkirk)는 “국경 간 결제는 너무 오랫동안 구시대적 시스템에 묶여 있었다”며, “스테이블코인 통합은 글로벌 결제의 즉시성과 유연성을 확보할 수 있는 첫걸음”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그는 "기업이 자금을 예치해둘 필요 없이 실시간으로 지급할 수 있다는 점에서 자금 운영의 방식이 근본적으로 바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움직임은 금융 부문에서 스테이블코인을 현금에 준하는 결제 수단으로 받아들이려는 시도의 일환이다. 특히 USDC와 EURC는 기존 금융 시스템과의 연동성이 뛰어나며, 규제를 준수한 구조로 설계되어 신뢰도가 높은 편이다. 이번 파일럿은 비자가 올해 이미 복수의 블록체인 인프라기업과 협력해 멕시코, 싱가포르 등을 중심으로 암호화폐 기반 결제 활용성을 확인한 데 이은 후속 조치로 볼 수 있다.

비자의 이니셔티브는 글로벌 결제 산업 전반이 스테이블코인과 블록체인을 핵심 인프라로 수용하는 방향으로 이동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특히 기업들이 비효율적인 은행망을 우회할 수 있는 실시간 지급 수단을 원하면서, 기존 송금 시스템에 대한 신뢰와 비용 문제가 동시에 부각되고 있다. 향후 해당 시범 사업의 성과에 따라 비자의 글로벌 파트너 확장 여부에도 관심이 집중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