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인프라의 투명성과 신뢰성 확보가 갈수록 중요해지는 가운데, 블록체인 기반 기술을 접목해 '검증 가능한 AI' 구현에 나선 스타트업이 주목받고 있다. 블록체인 컴퓨팅 인프라 개발사 아이겐랩스(Eigen Labs)는 최근 새롭게 출시한 플랫폼을 통해 인공지능(AI) 추론 결과가 변조되지 않았음을 증명할 수 있도록 했다. 이 회사는 EigenAI와 EigenCompute라는 두 가지 솔루션을 선보이며, AI 추론의 신뢰성을 블록체인 스마트 계약 수준까지 끌어올렸다고 밝혔다.
아이겐랩스의 스리람 칸난 최고경영자(CEO)는 "향후 소프트웨어는 자율적이며 검증 가능해야 한다"며, "현행 AI 인프라에서는 사용자 대신 의사결정을 내리는 AI 에이전트의 개발과 도입이 쉽지 않다"고 강조했다. 특히 그는 AI 시스템이 제공하는 결과나 입력이 제3자나 플랫폼 운영자에 의해 조작될 가능성을 크게 우려하며, "이러한 변경은 고도의 정밀성과 신뢰성이 요구되는 금융 거래나 계약 협상에 치명적일 수 있다"고 말했다.
아이겐AI는 대형 언어 모델(LLM)을 활용한 응답 결과의 일관성과 무결성을 유지하도록 설계됐다. 사용자는 동일한 입력에 대한 예측 결과가 매번 동일한지 검증할 수 있으며, 이를 통해 AI 기반 애플리케이션에서도 블록체인의 검증 메커니즘처럼 신뢰를 확보할 수 있다. 특히 이 솔루션은 오픈AI(OpenAI) API와 호환되며, 최근 오픈AI가 공개한 오픈소스 모델 ‘gpt-oss-120B’를 지원한다.
또 다른 신제품인 아이겐컴퓨트(EigenCompute)는 LLM 추론을 포함한 복잡하고 장기 실행이 필요한 컴퓨팅 작업을 블록체인 밖에서도 검증 가능하게 수행할 수 있는 서비스다. 개발자는 자신의 로직을 도커(Docker) 이미지 형태로 업로드하고, 이를 신뢰 실행 환경(TEE)에서 구동시킬 수 있다. 향후에는 블록체인 기반 경제 인센티브와 영지식증명(zero-knowledge proofs)을 결합한 다층 보안 체계를 마련할 계획이다.
이번 기술의 핵심은 AI 모델에 내재된 비결정적 요소를 제거해 추론 과정의 결정성을 확보한 것이다. 아이겐랩스는 자사 알고리즘을 기반으로 이를 가능하게 했으며, 관련 연구 내용과 소스코드는 곧 공개할 예정이다. 한편 현재 기술 흐름과 유사한 방향에서 연구 중인 씽킹머신스랩(Thinking Machines Lab)과의 협업 여부도 업계의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아이겐랩스는 구글(GOOGL), 코인베이스(COIN), 웹3 게임사 대퍼 랩스(Dapper Labs), 암호화폐 거래 봇 스타트업 페레AI(FereAI) 등과 협력해 해당 기술을 현장에 도입하고 있다. 특히 구글과 함께 추진 중인 '에이전트 간 결제 프로토콜'(Agents Payment Protocol)은 각종 AI 에이전트 간 실시간 스테이블코인 결제를 가능하게 하는 새로운 기반 기술로, HTTP 기반의 지불 프로토콜 x402를 통해 구현된다.
칸난 CEO는 "AI 에이전트가 진정한 의사결정 주체, 투자 파트너, 업무 위임 대상이 되기 위해선 투명성과 탈플랫폼화(deplatforming) 문제를 먼저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검증 가능한 AI 인프라 구축에 나선 아이겐랩스가 이러한 관문을 어떻게 돌파할 수 있을지, AI 산업 전반이 주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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