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플이 기관 금융을 위한 블록체인 전략을 본격화하고 있다. XRP 원장(XRPL)의 핵심 기능으로 다목적 토큰(MPT), 허가형 DEX, 그리고 새로운 대출 프로토콜이 소개되면서, 기존 금융 시스템을 온체인으로 옮기기 위한 뼈대가 완성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리플 산하 인큐베이션 조직 리플X(RippleX)의 제품 디렉터 재지 쿠퍼(Jazzi Cooper)는 최근 발표한 ‘온체인 이코노미’ 시리즈 2편을 통해 XRP 원장이 지향하는 기관 중심 블록체인 로드맵을 공개했다. 그는 “탈중앙화만이 DeFi의 전부가 아니다”라며, “신용, 규제 준수, 기밀성까지 모두 갖출 수 있어야 실질적 기관 수요를 끌어올 수 있다”고 강조했다.
가장 주목받는 기능은 다목적 토큰(MPT, Multi-Purpose Token)이다. MPT는 실물 자산의 온체인 발행을 간소화하고, 발행 기관이 직접 KYC(고객확인) 와 AML(자금세탁방지) 요건을 설정할 수 있도록 설계된 XRPL의 새로운 토큰 표준이다. 이 기능은 지난주 메인넷에서 정식 가동에 들어갔으며, 발행사 입장에서 자산 회수 또는 동결 기능, 채권 정보 첨부 및 메타데이터 관리 등 유연한 운영이 가능하다.
여기에 허가형 DEX도 함께 도입된다. 이는 XRPL 고유의 탈중앙화 거래소(DEX)에 규제 준수 기능을 더한 구조로, 외환시장이나 실물자산(RWA)의 2차 거래에 적합하다. 거래 참여자는 사전에 자격을 인증받아야 하며, 이는 ‘허가 도메인’ 기능을 통해 특정 규정을 만족하는 이용자만 거래할 수 있도록 통제할 수 있다. 이는 사실상 개별 기관이 AML/KYC 체계를 반영한 자체 거래 환경을 구성할 수 있게 해주는 기능이다.
마지막으로 비중 있게 다뤄진 영역은 대출 프로토콜이다. 오는 4분기 출시 예정인 XRPL 3.0.0에 포함될 이 기능은, 장부 수준에서 작동하는 최초의 네이티브 신용 생성 구조로 평가받는다. XLS-65 및 XLS-66 표준에 기반하며, 별도 스마트계약이 아닌 XRPL 내장 구조로 구동된다는 점에서 타 블록체인과 차별화된다. 이를 통해 리플은 디파이의 핵심 요소 중 하나인 ‘신용 기반 대출’을 기관의 이해와 요구에 맞게 재해석하려는 시도를 이어가고 있다.
쿠퍼는 “단순한 송금 기능을 넘어, XRP 원장은 이제 온체인 신용, 규제 친화적 시장 환경, 그리고 실물 자산 유통까지 포괄하는 금융 플랫폼으로 진화 중”이라며, “전통 금융과 블록체인의 중간 지점을 설계해, 기관이 안심하고 사용할 수 있는 인프라를 구축하는 것이 목표”라고 덧붙였다.
업계에서는 이번 시도가 리플의 ETF 허가 가능성을 염두에 둔 사전 포석이자, 기관 다리 역할을 정조준한 전략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블록체인이 단순한 송금 수단이 아닌, 진입장벽을 낮춘 제2의 금융시스템으로 자리잡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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