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T 기업 디지털자산 187조 원 돌파…비트코인 보유량만 64만 BTC

| 민태윤 기자

디지털 자산을 보유하는 기업형 재무 플랫폼(DAT, Digital Asset Treasury)의 자산 누적 규모가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반에크(VanEck)의 최신 보고서에 따르면 기업형 코인 재무 시스템을 활용하는 프로젝트들의 디지털 자산 보유액은 9월 기준 약 1,350억 달러(약 187조 6,500억 원)에 달하며 전례 없는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급속한 성장 이면에 잠재적 리스크도 상존한다는 경고가 나온다.

DAT 분야에서 가장 눈에 띄는 성과를 거둔 기업은 마이크로스트래티지($MSTR)다. 이 회사는 현재 비트코인(BTC) 64만 31개를 보유 중이며, 이는 시가 기준 약 790억 달러(약 109조 7,100억 원) 상당이다. 이는 최근 마이크로스트래티지가 보유한 비트코인 가치가 에어비앤비($ABNB), 모토로라($MSI), BNY멜론($BK) 등 다수의 주요 상장사 시가총액을 상회하는 수준이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반에크는 DAT 모델이 현 시점에서는 잘 작동하고 있으나 구조적 한계를 내포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DAT는 자사 주식의 변동성을 활용해 비교적 저렴하게 옵션 기반 증권을 발행하고, 이를 고수익 옵션과의 차익 거래를 통해 수익화하는 전략을 기반으로 한다. 이 전략은 단기적으로는 효과적이지만, 특히 비트코인의 장기적인 ‘변동성 하락’ 트렌드가 지속될 경우 모델 자체의 지속 가능성이 약화된다는 점에서 우려를 낳는다.

또한, 다수의 신규 DAT 기업들이 유동성이 부족한 시장에서 거래되고 있다는 점도 문제다. 예를 들어, 최근 비트마인 이머전 테크놀로지스(Bitmine Immersion Technologies)는 다른 경쟁사보다 두 배 가까운 거래량에도 불구하고 자산 패키지를 극단적인 할인율에 판매해야 했다.

더욱 우려되는 부분은 일부 DAT들이 실제 자산가치 이하로 거래되고 있다는 점이다. 이 경우 DAT는 주식 대신 옵션 매도를 통한 수익 창출로 전환하는데, 이는 시장 전체의 내재 변동성을 낮추는 역효과를 초래할 수 있다. 이런 순환 구조는 DAT 모델의 근간을 흔들 수 있다고 반에크는 분석했다.

DAT 산업은 불과 1년 만에 폭발적인 확장을 맞았다. 2024년 9월 기준 약 70개였던 DAT 기업 수는 2025년 9월 현재 200개 이상으로 늘어났다. 이 중 190개 이상이 비트코인에 집중돼 있고, 10~20개사는 이더리움(ETH) 및 알트코인을 다루고 있다. 디지털자산금융전문위원회(Digital Assets Council)는 이 같은 성장세가 시장의 주류화 신호일 수 있지만, 한편으로는 과도한 레버리지와 시장 리스크에 대한 경계를 요구한다고 밝혔다.

현재 공공 및 민간 부문을 합쳐 비트코인은 (유통량의 약 6.6% 수준인) 132만 BTC가 시장에서 보유되고 있으며, 이는 약 1,640억 달러(약 227조 9,600억 원)에 이른다. 이더리움 또한 빠르게 뒤를 잇고 있다. 최근 몇 달간만 해도 총 550만 ETH가 신규 DAT 형태로 축적되었으며, 이는 전체 공급량의 약 4.5%인 동시에 시가 기준 248억 달러(약 34조 4,700억 원)에 달한다.

DAT 모델은 여전히 매력적인 수익 구조를 제공하지만, 시장 유동성, 가격 괴리, 변동성 고갈 등의 복합 요인이 장기적 지속 가능성에 중대한 시험대가 될 수 있다. 반에크는 “이러한 다이내믹이 시장 전반의 내재 변동성을 점진적으로 고갈시키고, 궁극적으로 DAT 시스템의 자산 매입 역량을 제한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