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산 토큰화, 금융의 미래 될까…로빈후드·나스닥도 참전

| 연합뉴스

금융시장에 디지털 혁신이 가속화되는 가운데, 최근 주목받고 있는 개념 중 하나가 '자산 토큰화'다. 이는 기존의 주식, 펀드, 채권과 같은 전통적 자산을 디지털 ‘토큰’으로 만들어 블록체인 상에서 유통하는 방식인데, 거래 편의성과 범용성을 동시에 갖춘 새로운 자산 운용 방식으로 부상하고 있다.

자산 토큰화는 단순한 개념의 진화를 넘어 금융산업 자체의 지형을 바꿀 가능성을 안고 있다. 실제로 미국의 핀테크 플랫폼인 로빈후드는 지난 6월 유럽 시장에서 오픈AI, 스페이스X 등 비상장 주식을 토큰 형태로 유통하겠다고 밝히며 큰 반향을 일으켰고, 이 소식에 로빈후드 주가가 하루 만에 13%가 상승했다. 뿐만 아니라 미국 나스닥도 최근 금융 당국에 상장 주식과 펀드를 토큰화해 거래하겠다는 제안을 제출하는 등 기존 거래소들도 이 흐름에 발을 들이고 있다. 국내에선 미래에셋자산운용이 미국 테크 기업과 제휴해 ETF 등 해외 자산을 토큰화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자산 토큰화의 핵심은 블록체인 기술을 기반으로 실물 자산의 소유권을 디지털 토큰 형태로 전환하는 것이다. 블록체인은 중앙 서버나 기관 없이 다수 참여자에 의해 동시에 기록이 검증되는 ‘분산원장’ 기술로, 이 덕분에 발행·유통되는 토큰은 중개자 없이도 신뢰를 담보할 수 있다. 이렇게 만들어진 토큰은 24시간 거래가 가능하고, 자산을 '조각 투자'처럼 소액으로 분할해 거래할 수 있으며, 수수료 부담도 낮아진다. 특히 토큰과 암호화폐가 같은 구조 위에서 작동하다 보니, 투자 이후 결제까지의 연결도 매끄럽다는 점이 장점으로 부각된다.

이러한 기술적 가능성과 파급력에도 불구하고, 자산 토큰화가 곧바로 현실화되는 데는 제도적 장벽도 존재한다. 특히 금융당국은 토큰이 증권인지 아닌지를 판단하는 기준부터 명확히 해야 하고, 기존 자본시장법 체계와 어떻게 조화를 이룰지도 정리해야 한다. 미국조차 관련 논의가 초기 단계인 만큼, 선례가 없어 규제 설계에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가능성이 크다.

우리나라도 최근 이 흐름에 발맞춰 대응책을 마련하고 있다. 국회에서는 올해 내 '토큰 증권' 관련 법안(자본시장법 및 전자증권법 개정안)이 통과될 전망이다. 우선은 미술품이나 부동산 같은 실물 자산과 비상장 기업 주식 중심의 ‘조각투자 증권’을 대상으로 규제를 명확히 하고 있지만, 향후에는 상장 주식과 펀드, 채권까지 포괄하는 틀로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

다만 한국 특유의 외환 규제가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블록체인 기반 토큰은 국경의 제약 없이 유통되는 특성이 있지만, 한국은 해외 자본 이동에 대해 비교적 엄격한 규제를 유지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정부는 최근 ‘원화의 국제화’ 추진과 함께 금융자유화를 점진적으로 확대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어, 이에 따라 자산 토큰화의 제도적 뒷받침도 본격화될 가능성이 있다.

이 같은 흐름은 디지털 자산의 혁신이 금융산업의 패러다임을 전환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다만 기술 발전 속도에 정책과 규제가 얼마나 발맞춰 따라갈 수 있을지가 장기적인 성공 여부를 가를 핵심 변수가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