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만장자 투자자 피터 틸(Peter Thiel)이 후원하는 금융 서비스 기업 에레보르(Erebor)가 미국 내 사업 개시를 위한 규제 당국 승인 절차의 첫 관문을 통과하며 본격적인 은행업 진출 움직임에 나섰다. 이 회사는 2023년 실리콘밸리은행 붕괴 이후 생긴 공백을 메울 수 있는 대안 금융기관으로 주목받고 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즈(FT)의 3일(현지시간) 보도에 따르면, 에레보르는 최근 미국 통화감독청(OCC)으로부터 예비 은행허가(preliminary banking charter)를 취득했다. 정식 영업 개시는 아직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내부 보안 시스템 구축과 감독기관이 요구하는 각종 규정 준수 사항을 충족해야 하는데, 이 절차는 수개월 이상 소요될 수 있다.
이번 결정에 대해 조너선 V. 굴드(Jonathan V. Gould) 통화감독청장은 성명을 통해 “디지털 자산 활동이 안전하고 건전한 방식으로 이뤄진다면 연방 은행 시스템 내에서 허용될 수 있다”고 설명하며, 암호화폐·핀테크 기업에 대한 제도권 편입 기조를 재확인했다.
에레보르는 이르면 연말부터 본격적인 서비스를 확대할 계획이다. 실리콘밸리의 벤처 및 스타트업 생태계를 기반으로, 디지털 자산 관리와 맞춤형 금융 솔루션을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특히 피터 틸이 공동 창업한 팔란티어(Palantir)나 페이팔($PYPL)과의 네트워크도 인프라 확장에 큰 힘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금감당국 관계자는 “은행 라이선스 취득은 시작일 뿐, 규제 요건을 지속해서 충족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라며 “자산관리 중심의 핀테크 은행이 늘어날수록 실물경제와 암호화폐 생태계가 연결되는 접점도 확대될 것”이라고 밝혔다.
올해 상반기만 해도 미국 내 대형 커스터디 및 암호화폐 서비스를 표방한 스타트업 다수가 규제 장벽에 가로막혀 사업 출범에 어려움을 겪었다. 트럼프 행정부 시절보다 바이든 행정부 들어 금융 규제가 한층 강화된 가운데, 에레보르의 전진이 업계에 긍정적 신호를 줄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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