템포, 7,200억 원 투자 유치…이더리움 넘보는 초고속 블록체인 등장

| 김민준 기자

블록체인 시장에 새로운 강자가 등장했다. 결제 기술 기업 스트라이프(Stripe)가 지원하고 있는 스타트업 템포(Tempo)가 약 7억 2,000억 원 규모의 시리즈 A 투자 유치에 성공하며, 기업가치 7조 2,000억 원으로 단숨에 주목을 받고 있다.

포춘(Fortune)에 따르면, 이번 투자 라운드는 써라이브 캐피탈과 그리녹스가 공동 주도했으며, 세쿼이아, 리빗 캐피탈, SV 엔젤 등 유력 벤처 투자사들이 대거 참여했다. 불과 두 달 전 스트라이프와 암호화폐 중심의 투자사 패러다임(Paradigm)이 공동 설립한 템포는 가파른 성장세 속에 블록체인 시장의 주도권을 본격적으로 노리고 있다. 패러다임 공동 설립자 매트 황(Matt Huang)은 현재 템포의 최고경영자(CEO)를 맡고 있다.

템포가 개발 중인 블록체인은 스테이블코인 전용 결제 기능에 최적화돼 있다. 스테이블코인은 달러 등 실물 화폐에 고정된 가격으로 변동성을 줄인 디지털 자산으로, 이미 많은 암호화폐 거래의 기반 통화로 자리 잡았다. 업계 대부분의 스테이블코인 거래가 이더리움(Ethereum) 상에서 이뤄지는 가운데, 템포는 이에 대한 대안으로 '초저지연·고속 처리' 기술을 적용한 블록체인을 제시한다. 템포는 초당 최대 10만 건의 거래 처리 능력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이는 현재 이더리움의 약 20TPS(transaction per second)를 압도하는 수준이다.

특히 개발자 친화적인 접근에도 차별성을 뒀다. 템포는 이더리움의 가상 머신(EVM)과의 호환성을 갖춰 기존 블록체인 앱의 이전이 용이하며, 이더리움 기반 노드 운영을 돕는 소프트웨어인 Reth도 지원할 계획이다. 여기에 사용자 수수료를 사실상 제로로 낮추고, 여러 거래를 하나로 묶어 처리하는 '배칭(Batching)' 기법도 도입해 결제 효율성과 경제성을 동시에 확보할 방침이다.

템포는 다양한 스테이블코인 간 이동 기능은 물론, 거래 수수료 지불 수단으로도 해당 스테이블코인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특정 플랫폼 코인으로만 거래 수수료를 납부해야 했던 기존 블록체인 생태계에 비해 사용자 경험을 대폭 개선하는 요소로 평가된다.

업계 전문가들은 템포의 기술 역량이 핀테크 스타트업과 인공지능(AI) 에이전트 시장에서 강력한 파급력을 발휘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미 오픈AI(OpenAI)와 앤트로픽(Anthropic) 같은 대표적 생성형 AI 기업들이 템포와 협력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향후 자사 AI 에이전트를 통해 템포의 블록체인 기반 결제 기능을 제공할 가능성도 있다. 또한 SC제일은행 등을 포함한 전통 금융사들도 템포의 파트너로 참여 중이다.

이달 초 또 다른 암호화폐 기업 서클(Circle)이 자체 블록체인 '아크(Arc)'를 출시하며 스테이블코인 결제 시장에 진출했지만, 템포는 보다 명확한 기술 차별성과 파트너 네트워크로 초기 시장 우위를 점하고 있다.

블록체인 산업에서 스테이블코인 중심의 인프라 경쟁이 본격화되는 가운데, 템포의 성공 여부는 향후 디지털 결제 기술의 방향을 가늠할 핵심 지표로 떠오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