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플, 1조 3,900억 원 규모 GTreasury 인수…기업용 디지털 자산금고 설계 본격화

| 민태윤 기자

리플이 암호화폐 시장 침체 속에서 또다시 승부수를 던졌다. 기업 전용 디지털자산금고(Digital Asset Treasury, DAT) 구축을 위한 10억 달러(약 1조 3,900억 원) 규모의 신규 투자에 나서며, 40년 전통의 재무관리 전문기업 GTreasury를 인수한다고 공식 발표한 것이다. 이번 거래는 리플 역사상 가장 큰 기업 인수로 기록된다.

해당 인수는 SPAC(기업인수목적회사)를 통한 자금 조달을 기반으로 진행되며, 미국 항공사 아메리칸 항공과 글로벌 제조 대기업 히타치 등 굵직한 고객사를 보유한 GTreasury와의 결합은 리플의 입지를 글로벌 금융 인프라로 확대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전망이다. 리플은 보유 중인 자체 XRP 일부를 해당 금고에 직접 투입해, 전 세계 자금시장과 직접 연결되는 구조를 설계 중이다.

브래드 갈링하우스(Brad Garlinghouse) 리플 최고경영자(CEO)는 이번 발표에서 “전 세계 수조 달러에 달하는 기업 현금이 여전히 구식 결제 시스템에 묶여 있다”며 “블록체인 기반의 리플 솔루션이 CFO들의 재무 운용 방식에 혁신을 가져올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특히 기업 대상 결제시장이 블록체인과 암호화폐의 주요 활용처임을 재확인했다.

모니카 롱(Monica Long) 리플 사장은 이번 파트너십이 단순 결제 서비스를 넘어 ‘수조 원 규모의 자본을 해방하는 구조’라며, 리플이 단순 결제 프로토콜을 넘어 글로벌 자산 운용 인프라로 확대되는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리플은 지난 1월에도 증권형 토큰 및 자산 거래를 위한 프라임 브로커리지 플랫폼 히든로드(약 1조 7,375억 원 규모 인수)를 확보한 바 있다. 이로써 리플은 리포(Repo) 시장과 실시간 유동성 채널에 대한 접근 범위를 동시에 넓히게 됐다.

한편, 리플의 야심찬 확장 전략과는 달리, 비트코인(BTC)의 급락은 기업들의 암호화폐 투자 전략에도 적지 않은 충격을 주고 있다. 세계 최대 기업 비트코인 보유사인 스트래티지(Strategy, 구 마이크로스트래티지)의 주가는 1년 전 고점 대비 50% 이상 하락하며 약세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올해 초 63달러 선이던 주가는 11월 최고치였던 543달러 이후 급격히 떨어져, 현재는 283.84달러(약 39만 4,538원) 부근에서 거래되고 있다. 여전히 670억 달러(약 93조 1,000억 원)의 비트코인을 보유 중이지만, 최근 2주간 시장가치는 100억 달러(약 13조 9,000억 원) 이상 감소했다.

XRP 역시 현재 지지선 부족 우려가 커지고 있다. 최근 고래 투자자들이 대규모 매도에 나서면서 매수세가 약화됐고, 1달러(약 1,390원) 지지 여부가 주목되는 수준이다. 일부 분석가들은 일일 종가가 현저히 낮은 지점에서 형성될 경우, XRP 가격이 2달러(약 2,780원) 수준을 시험하고, 이마저 무너진다면 1.77달러(약 2,460원)까지 하락할 수 있다는 경고를 내놓고 있다.

전방위적인 확장 전략에도 불구하고, XRP 가격은 아직 시장 내 뚜렷한 지지 기반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업계는 이번 GTreasury 인수를 통해 리플이 디지털자산의 제도권 편입을 가속화하며 향후 XRP 수요 촉진의 단초를 마련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