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콘엑스, 15조 원 규모 21셰어스 인수…암호화폐 ETF 본격 진출

| 민태윤 기자

미국 기반의 디지털 자산 프라임 브로커 팔콘엑스(FalconX)가 스위스에 본사를 둔 암호화폐 상장지수상품(ETP) 운용사 21셰어스(21Shares)를 인수한다. 상세 조건은 비공개지만, 이번 인수를 통해 팔콘엑스는 시장조성 및 유동성 공급 중심의 기존 비즈니스 모델을 넘어 암호화폐 ETF 영역까지 사업을 확장하게 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의 보도에 따르면, 21셰어스는 비트코인(BTC), 이더리움(ETH), 각종 테마별 암호화폐 바스켓을 포함한 다양한 상품을 유럽에서 운용하며, 운용자산 규모가 110억 달러(약 15조 2,900억 원)에 달한다. 팔콘엑스 입장에선 이처럼 이미 규모가 갖춰진 플랫폼과 분산된 유통망을 활용함으로써 구조화 상품 및 파생상품 중심의 영역으로 빠르게 진입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된다.

인수 추진 시점도 주목할 만하다. 암호화폐 시장 전반에서 공모 스테이킹 전략, 소형 토큰, 규제 기반 파생상품 등 고도화된 투자수단에 대한 수요가 급증하는 가운데, 팔콘엑스는 지난달 비트코인, 이더리움, 솔라나(SOL) 등 주요 자산의 24시간 OTC 옵션 거래 플랫폼을 선보인 바 있다. 한편, 21셰어스는 유럽 전역에서 무려 50개의 암호화폐 ETP를 상장하며 업계에서 입지를 확고히 다졌다.

이번 딜은 단일 기업 간 합병을 넘어서, 미국 내 규제 환경이 완화되며 전개되고 있는 M&A 확대 흐름의 일환이다. 최근 코인베이스(Coinbase)의 활발한 인수 전략도 이런 추세를 반영하고 있다. 코인베이스는 파생상품 시장 진출을 도모하며 29억 달러(약 40조 3,100억 원)를 들여 데리빗(Deribit)을 인수한 데 이어, 초기 암호화폐 펀딩 플랫폼 에코(Echo)도 3억 7,500만 달러(약 5,213억 원)에 매입했다.

이와 더불어 크라켄(Kraken)도 미국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 인가를 받은 거래소 스몰익스체인지(Small Exchange)를 IG그룹으로부터 1억 달러(약 1,390억 원)에 사들였고, 앞서 개인 선물 트레이딩 플랫폼 닌자트레이더를 15억 달러(약 2조 850억 원)에 인수할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이처럼 전통 금융에 뿌리를 두고 있는 주요 기업들이 암호화폐 파생 또는 구조화 상품 시장 진입에 속도를 높이는 현상은, 단순한 투자 확대를 넘어 암호화폐 ETF 및 규제 기반 금융 상품에 대한 제도권의 관심이 확대되고 있음을 방증한다. 이번 팔콘엑스–21셰어스 간 거래가 단초가 되어 시장의 지형도는 크게 변화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