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립토닷컴, 美 신탁은행 면허 신청… 제도권 진입 본격화

| 서지우 기자

크립토닷컴(Crypto.com)이 미국 신탁은행 면허를 신청하며 연방단위 금융 서비스 확장을 본격화하고 있다. 이로써 크립토 업계의 제도권 진입을 위한 경쟁 또한 다시 한 번 점화됐다. 한편, 블록체인 프로젝트 페치.ai(Fetch.ai)와 오션 프로토콜(Ocean Protocol) 간의 법적 갈등은 평화적 해결의 실마리를 보이고 있으며, 샘 뱅크먼-프리드(Sam Bankman-Fried)에 대한 사면 가능성도 급격히 올라 눈길을 끌고 있다.

싱가포르에 본사를 둔 크립토닷컴은 지난 금요일, 미국연방 은행감독청(OCC)이 발급하는 신탁은행 면허(National Trust Bank Charter)를 신청했다고 발표했다. 이 면허를 획득할 경우, 크립토닷컴은 미국 내에서 연방 규제를 받는 신탁기관으로서 디지털 자산 수탁, 스테이킹, ETF 관리 등 다양한 금융 서비스를 기관 및 기업 고객들에게 제공할 수 있게 된다. 현재 크립토닷컴은 뉴햄프셔주에서 주 단위 신탁 면허를 보유한 상태다.

이번 신청은 단순한 국내 서비스 확장이 아닌, 미국 전역을 대상으로 하는 제도권 금융시장 진입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OCC 면허를 보유한 신탁은행은 예금 업무나 대출이 아닌 자산 보관과 관리에 특화돼 있어, 전통 금융기관과의 협업 또한 용이하다. 크립토닷컴은 이러한 제도적 기반을 확보해 미 규제 하에서 안정적인 디지털 자산 플랫폼을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한편, 시장에서는 크립토 기업들의 '연방 트러스트 은행' 진출이 가속화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앞서 2025년 4월에도 비트고(BitGo)와 서클(Circle)이 유사한 면허를 검토 중이라는 보도가 나왔다. 업계 전반이 규제 명확성 확보를 위한 경쟁에 돌입한 셈이다.

같은 날, 분산형 AI 인프라 프로젝트 페치.ai는 오션 프로토콜 재단과의 장기 분쟁 해결을 위한 조건부 소송 철회 제안을 내놨다. 핵심은 '286백만 개'의 페치.ai(FET) 토큰 반환이다. 오션 프로토콜 측이 이 토큰을 양사 합병 중 무단 매각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이와 관련한 법적 공방이 수개월째 이어지고 있다.

페치.ai의 CEO 휴마윤 셰이크(Humayun Sheikh)는 X(옛 트위터)에서 “내일이라도 정식 제안서를 보낼 것이다. 커뮤니티의 토큰을 돌려주기만 하면 소송은 모두 취하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또 법무비용까지 본인이 부담하겠다고 밝혀, 사태 수습 의지를 강하게 드러냈다.

가상자산 규제와 제도권 편입을 둘러싼 움직임은 시시각각 변화하고 있다. 크립토닷컴의 연방은행 면허 신청은 이러한 변화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반면, 프로젝트 간의 법적 충돌에서 대화를 통한 해결 시도가 등장하는 것도 업계의 성숙 지표로 해석된다. 향후 규제와 기술, 거버넌스가 맞물린 블록체인 판도에 어떤 변화가 올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