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맨섬에 본사를 둔 암호화폐 스테이킹 기업 KR1이 런던 증권거래소(LSE) 메인보드로 상장을 이전할 계획이다. 현재 KR1은 중소형 기업이 상장하는 아퀴스(Aquis) 거래소에 등록돼 있으며, 상장 이전은 내달 중 완료될 전망이다.
KR1 공동창업자인 켈드 반 슈리븐(Keld Van Schreven)은 파이낸셜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이번 상장이 “런던 증시에 등장하는 디지털 자산 시대의 개막 신호탄”이 될 것이라며, “앞으로 더 많은 암호화폐 기업이 뒤따르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시가총액 약 5,600만 파운드(약 1,042억 원)를 기록 중인 KR1은 비트코인(BTC) 같은 특정 암호화폐 보유에만 집중하는 기존 상장사들과 달리, ‘진정한 디지털 자산 기업’이라는 점에서 차별화되고 있다는 평가다.
KR1은 2014년 설립된 이후 초기 단계 블록체인 프로젝트에 투자해 왔으며, 이더리움(ETH)과 폴카닷(DOT) 등의 암호화폐를 스테이킹해 수익을 창출하고 있다. 그동안 100건 이상의 디지털 자산 투자를 완료했으며, 슈리븐은 “스테이킹에 더욱 집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번 상장 이전은 최근 영국 정부와 금융감독청(FCA)이 디지털 자산에 대해 더 유연한 입장을 보이고 있는 상황과 맞물려 의미가 크다. FCA는 최근 암호화폐 상장지수상품(ETP)의 LSE 내 거래를 허용했으며, 내년부터는 보다 포괄적인 디지털 자산 규제 프레임워크를 도입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영란은행도 기업들의 스테이블코인 보유 한도를 재검토 중이다. 당초 영란은행은 개인의 경우 2만 파운드(약 2,780만 원), 기업은 1,000만 파운드(약 139억 원)로 보유 한도를 제한하는 방안을 제시했으나, 업계 반발에 따라 대규모 기업은 예외로 인정하는 방향으로 완화 조치를 모색하고 있다.
이번 기조 변화는 디지털 자산 산업에 대한 미국의 ‘GENIUS 법안’ 도입 움직임 등 글로벌 규제 경쟁 분위기 속에서 영국이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행보로 풀이된다. KR1의 메인보드 상장이 단순한 기업 이전을 넘어, 영국 자본시장이 디지털 자산 중심 허브로 진화하는 계기가 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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