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더리움 재단, 보조금 지급 방식 전면 개편…'전략 자금 배분' 체제로 전환

| 서도윤 기자

이더리움 재단이 보조금 지급 방식을 전면 개편했다. 개방형 지원 방식에서 벗어나 내부 우선순위를 반영한 ‘에코시스템 지원 프로그램(Ecosystem Support Program, ESP)’ 형태로 재정비하면서, 생태계 성장을 위한 전략적 집중을 강화한 것이다.

3일(현지시간) 이더리움 재단은 공식 블로그를 통해 보조금 신청 모델 변경을 발표했다. 앞으로는 프로젝트가 자유롭게 신청하는 방식 대신, 재단이 설정한 우선 과제를 담은 ‘위시리스트’와 특정 수요를 해결하기 위한 ‘제안 요청(RFP)’ 방식으로 분류해 자금을 지원하게 된다. 이더리움 생태계 내 개발, 연구, 인프라, 커뮤니티 확장 등 명확히 정의된 목표에 맞춰 선별적으로 지원하겠다는 뜻이다.

이번 변화는 초기 개방형 모델이 재단의 인력과 예산에 부담을 줬다는 반성에서 출발했다. 재단은 “기존 개방 보조금 프로그램은 수백 개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지원했지만, 신청 수요 증가로 전략적 기회를 좇기 어려워졌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올해 상반기에 기존 프로그램은 일시 중단됐다.

새 모델은 단순한 행정 개편을 넘어, 이더리움 로드맵과 직결된 기술적 과제 해결을 지원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공개된 RFP와 위시리스트에는 암호학, 프라이버시, 보안, 커뮤니티 성장 분야 등이 포함됐다. 이더리움 재단은 “주요 팀들과의 내부 협업을 통해 생태계 핵심 이슈에 자금을 배분할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이더리움 재단은 2018년 첫 보조금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지난해엔 총 105개 프로젝트에 약 300만 달러(약 40억 원)를 지원했다.

이번 발표는 이더리움 메인넷 업그레이드에 앞서 테스트넷 ‘후디(Hoodi)’에서 푸사카(Fusaka) 포크가 적용된 직후 나왔다. 푸사카 포크는 데이터 블롭 전체가 아닌 작은 조각만 접근하도록 하는 EIP-7594(PeerDAS)를 포함해, 노드 확장성과 성능을 개선하는 다양한 제안(EIPs 7825, 7935)을 담았다. 이더리움이 향후 ‘병렬 실행’이라는 로드맵 핵심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중요한 발판이 될 것으로 보인다.

보조금 개편과 기술 업그레이드를 연이어 이어가는 이더리움의 움직임은, 단순한 네트워크 유지 차원이 아닌 차세대 글로벌 인프라로서의 진화를 엿보게 한다. 기술 발전과 전략 자금 배분이 정교하게 맞물릴수록 이더리움 생태계는 이전보다 뚜렷한 방향성을 갖게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