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터보에너지, 블록체인 기반 태양광 프로젝트에 투자 유치…EaaS 시장 정조준

| 민태윤 기자

스페인 에너지 기업 터보에너지(Nasdaq: TURB)가 블록체인 기반 자산을 활용한 재생에너지 프로젝트 자금 조달에 나섰다. 이번 파일럿 사업은 슈퍼마켓에 태양광 및 배터리 시스템을 설치하는 것으로 시작되며, 이를 통해 탈중앙화된 에너지 프로젝트에 블록체인이 어떻게 실질적으로 활용될 수 있는지를 실증할 계획이다.

파일럿은 디지털 자산 인프라 기업 토로스(Taurus)와 스텔라개발재단(Stellar Development Foundation)의 협력 아래 진행된다. 이들은 블록체인을 통해 부채성 금융 상품을 토큰화하고, 이를 기반으로 유동성을 확보하며 재생에너지 프로젝트에 더 넓은 투자자층의 참여를 유도하겠다는 목표다. 특히 태양광과 배터리 시스템을 활용한 '현장형 전력 구매계약(PPA)' 구조에 자금이 투입되며, 이 과정은 터보에너지의 ‘SUNBOX’ 시스템을 통해 이루어진다.

이러한 방식은 소유가 아닌 사용 기반의 ‘서비스형 에너지(EaaS)’ 모델에 해당한다. 소비자는 장비를 구매하지 않고도 일정 요금을 지불하며 청정에너지를 사용할 수 있고, 설치와 관리, 운영은 서비스 제공업체가 맡는 구조다. 이로써 중소기업 등도 초기 투자 부담 없이 친환경 에너지 솔루션을 이용할 수 있다.

프로젝트를 통해 발행되는 토큰은 스텔라 블록체인을 활용해 온체인 상에서 발행 및 관리되며, 소액 단위 참여가 가능한 분산 금융 형태로 구성된다. 토큰화된 에너지 금융 상품은 더 많은 개인 및 기관 투자자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문턱을 낮추는 역할을 한다.

시장조사업체 그랜드뷰리서치에 따르면, 글로벌 EaaS 시장은 2024년 기준 약 744억 달러(약 99조 원) 규모로 평가되며, 2030년까지 약 1,451억 달러(약 193조 원)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처럼 에너지 소비 패턴이 소유에서 구독 방식으로 옮겨가는 흐름 속에서, 블록체인은 실물 자산과 금융을 연결하는 실용적 수단으로 주목받고 있다.

한편, 암호화폐 산업은 오랫동안 과도한 전력 사용 문제로 환경 논란에 직면해 왔다. 그러나 이번 모델처럼 친환경 에너지와 블록체인을 결합한 시도는 산업 이미지의 전환과 함께, 보다 지속가능한 생태계를 구축하는 데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