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고 자동화 오류, XRP 원장 '스팸 트랜잭션'으로 한때 마비

| 서도윤 기자

미국의 암호화폐 수탁사 비트고(BitGo)가 보유 중이던 XRP 잔고를 다 써버리며, XRP 원장(XRPL)이 한동안 ‘스팸 트랜잭션’으로 혼란에 빠졌다. 자동화 스크립트 오류로 인해 수천 건의 결제 실패가 연속적으로 발행되면서 네트워크 처리량에 과부하가 걸리는 사태가 벌어진 것이다.

사건은 비트고의 지갑 중 하나가 잔고가 바닥난 채 자동으로 신규 계정을 생성하려 시도하면서 시작됐다. XRP 원장에서 새로운 계정을 활성화하기 위해선 기본 예치금 1XRP가 필요하지만, 보유한 XRP가 모두 소진된 상태에서도 자동화 스크립트는 작동을 멈추지 않았다. 결국 충당되지 못한 소액 결제가 무한 반복되며 ‘결제 실패(UNFUNDED PAYMENT)’ 로그가 수천 건 쌓였다.

이로 인해 XRP 원장의 대기 거래 공간인 ‘멤풀(Mempool)’이 쓰레기로 가득 찼고, 네트워크는 일시적으로 과도한 스팸 트랜잭션에 시달리게 됐다. 한때 하루 동안 생성된 새 계정 요청 건수는 1만 건이 넘었으며, 이후 비트고 지갑이 완전히 소진되며 활동이 멈췄다.

이상 징후는 XRP 커뮤니티 일원인 ‘Vet’이라는 개발자가 처음 포착해 공유했다. 그는 “비트고의 내부 자동화 코드가 마치 ‘무한 루프’처럼 작동하고 있다”고 지적하며 상황을 조롱 섞인 트윗으로 알렸다. 해당 문제는 보안 침해가 아닌 내부 시스템 오류로 추정됐으며, 비트고 측은 빠르게 오류를 인지하고 지갑에 1,048XRP(약 1,048달러)를 충전해 사태를 진정시켰다.

이번 사건은 잘못된 자동화 코드 하나가 블록체인 전체 네트워크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로 평가된다. 다행히 현재 XRP 원장은 정상 상태로 복구됐으며, 해당 스크립트도 더 이상 작동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