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인베이스, 2조7000억 원 규모 스테이블코인 인수 무산…BVNK와 협상 종료

| 민태윤 기자

코인베이스($COIN)의 20억 달러(약 2조 7,000억 원) 규모 스테이블코인 스타트업 인수 계획이 무산됐다. 미국 최대 암호화폐 거래소인 코인베이스는 영국 기반 핀테크 기업 BVNK와의 인수 협상을 공식적으로 종료했다. 이 거래는 스테이블코인 분야에서 이뤄질 수 있는 가장 큰 인수 합의 중 하나로 기대를 모았지만, 구체적인 결렬 사유는 공개되지 않았다.

코인베이스와 BVNK는 지난 10월 인수를 위한 배타적 협정을 체결하고 고도 수준의 실사를 진행해왔다. 당시 인수 금액은 20억 달러로 알려졌으며, 합의 성사 직전까지 갔던 것으로 보인다. 코인베이스 대변인은 포춘과의 인터뷰를 통해 “우리는 항상 사명과 제품 확장을 위한 기회를 모색하고 있으며, 협의 끝에 양사가 합의에 이르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번 거래가 성사됐다면 올해 스트라이프의 11억 달러(약 1조 4,800억 원) 규모의 브리지 인수와 비교해 두 배 가까운 규모였고, 코인베이스의 두 번째로 큰 인수 사례가 될 예정이었다. 코인베이스는 앞서 지난 8월에 암호화폐 파생상품 거래소 데리빗를 29억 달러(약 3조 9,100억 원)에 인수한 바 있다.

BVNK는 2021년 설립돼 스테이블코인을 활용한 결제 및 국경간 송금 솔루션을 제공한다. 연간 200억 달러(약 27조 원) 이상의 거래를 처리하고 있으며, 비자(Visa)와 시티벤처스(Citi Ventures) 등 글로벌 대형 기관으로부터 투자를 받은 바 있다. 앞서 마스터카드와의 전략적 협의도 실패했던 BVNK는 다시 새로운 사업 파트너를 물색할 것으로 보인다.

코인베이스에게 이번 실패는 스테이블코인 시장 진출의 난관을 보여주는 사례다. 미국은 지난 7월 ‘GENIUS 법안’을 통과시키며 스테이블코인 발행에 대한 규제 명확성을 확보했으며, 미 재무부는 이 시장이 2028년까지 2조 달러(약 2,700조 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이번 결렬 소식은 코인베이스가 3억 7,500만 달러(약 5,000억 원)에 크립토 펀딩 플랫폼 에코(Echo)를 인수한 직후에 전해졌다. 에코는 암호화폐 인플루언서 ‘코비(Cobie)’로 알려진 조던 피시가 만든 플랫폼으로, 블록체인 스타트업의 초기 펀딩에 일반 사용자도 참여할 수 있도록 한다. 이번 인수는 거래 외에 인프라 비즈니스로 외연을 확장하려는 코인베이스 전략의 일환으로 해석된다.

한편, 코인베이스는 2025년 3분기 호실적을 기록하며 시장의 기대를 웃돌고 있다. 순이익은 4억 3,300만 달러(약 5,831억 원)로 전년 동기(7,550만 달러) 대비 큰 폭으로 증가했으며, 전 분기 총매출은 18억 달러(약 2조 4,250억 원)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거래량은 2,950억 달러(약 397조 8,500억 원), 플랫폼 내 총 자산은 5,160억 달러(약 695조 원)에 달했다.

스테이블코인 시장이 제도권 진입을 본격화하는 가운데, 코인베이스의 향후 전략과 행보에 업계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