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패를 허용하지 않는 금융 시스템은 완벽함이라는 불가능한 전제를 요구한다. 그러나 복잡한 시스템일수록 오히려 실패를 전제로 설계하는 것이 더 현실적이라는 시각이 있다. 이는 오늘날 인공지능 데이터센터는 물론 암호화폐 시스템까지 관통하는 근본적인 철학이다.
2003년, 구글은 값비싼 고성능 서버 대신 저렴한 범용 PC 수천 개를 묶어 대규모 인프라를 구축하는 방식으로 패러다임을 바꿨다. 일부 컴퓨터가 고장 나도 전체 서비스가 멈추지 않도록 소프트웨어로 회복력을 확보했다. 이 방식은 '정밀함' 대신 '여분'이라는 전략으로, 비용과 안정성의 균형을 맞춘 사례로 꼽힌다.
문제는 이 같은 전략이 모든 분야에 적용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예컨대 최첨단 그래픽 처리장치(GPU)를 제조하는 반도체 공장은 극도의 정밀도를 요구한다. 베너딕트 에반스(Ben Thompson)는 “왜 우리는 각각의 제조 단계에서 99.9999%의 신뢰성을 요구할까? 모든 것은 수천억 원이 투입된 장비 때문이다”라고 분석했다. 실제로 한 곳의 반도체 공장을 짓는 데만 최대 200억 달러(약 28조 9,400억 원)가 소요될 수 있다.
반면 스페이스X에서 일론 머스크는 의도적으로 ‘스타십’을 폭파시킨다. 로켓을 실제로 쏘아 올리고 실패시키며 복잡성과 효용성의 경계를 직접 실험하는 것이다. '완벽을 위한 투자' 대신 '실패를 통한 최적화'를 택하는 전략이다. 이것이 복잡한 시스템에서 실패가 '버그'가 아니라 '특징'으로 기능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암호화폐 생태계도 이와 유사한 철학 위에 서 있다. 대부분의 블록체인은 일정 수준의 노드 오류나 악의적 행위를 전제로 설계된다. 일부 참여자의 문제로 전체 네트워크가 흔들리지 않도록 ‘내성’ 구조를 갖추는 방향이다. 구글의 데이터센터가 일부 컴퓨터가 꺼져도 작동하듯, 블록체인도 개별 오류에 강한 복원력을 지닌다.
하지만 문제는 그 위에 실행되는 스마트 계약(스마트 컨트랙트)에서 발생한다. 해당 코드는 인간이 직접 작성하기 때문에 버그나 설계 결함이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 그리고 이 결함이 악용되면, 전통 금융처럼 거래를 되돌리는 것이 불가능하다. ‘코드가 법’이라는 철학은 중개자를 제거했지만, 완벽하지 않은 코드를 위한 대책 역시 제거한 셈이다.
결과적으로 암호화폐 시스템은 구조적으로 ‘실패 내성’을 인정하면서도, 작동 원리는 극도의 완성도를 요구하는 ‘모순’에 놓여 있다.
이는 전통 금융과의 본질적 차이로 이어진다. 기존 금융기관은 허가를 바탕으로 거래되며, 강력한 AML/KYC 기준과 실시간 감시 체제를 통해 리스크를 사전에 제어한다. 반면 크립토는 허가 없는 구조와 회복 불가능한 거래 특성상, 실수로부터 배우는 방식 말고는 대안이 없다.
실제로 이더리움의 기반을 뒤흔들었던 2016년 ‘더다오(The DAO)’ 해킹 사건부터, 2025년 기록적인 15억 달러(약 2조 1,705억 원) 규모로 알려진 바이빗(Bybit) 해킹까지 크립토는 반복적으로 커다란 실패를 겪어왔다. 그러나 이는 단순한 퇴보가 아니라 시스템 개선의 재료가 됐다. 재진입 공격, 오라클 조작, 스마트 계약의 구조적 허점 등이 수면 위로 드러나며, 후속 프로젝트들은 이 문제들을 반영해 설계됐다.
이런 점에서 크립토는 스페이스X 로켓이 하늘에서 폭발하는 과정과 비슷하다. 그 실패는 ‘어디까지가 불필요한 복잡성이며, 어디까지는 반드시 보호해야 할 보안지점인지’ 구분할 수 있게 해 준다.
또한 이같은 크립토의 반복된 실패는 산업적 성숙을 향한 진화의 일부다. 실패가 많기 때문에 의심도 많고 비판도 받지만, 실패 없이 새로운 금융 시스템을 만들 수는 없다. 아직 완성되지 않은 크립토라는 금융 실험을 즐기기 위해선, 먼저 실패를 인정하고 수용하는 태도가 필요하다.
기사요약 by TokenPost.ai
🔎 시장 해석
크립토 시스템은 전통 금융과 달리 구조적 실패를 흡수하며 진화하는 생태계를 지향한다. 코드 단의 완벽성을 요구하면서도 설계 차원에서는 실패를 용인한다는 ‘이중성’은 새로운 유형의 금융 리스크 관리 전략이다.
💡 전략 포인트
- 스마트 계약 작성 시 보안 감사를 필수화하는 트렌드는 반복된 실패에서 비롯된 학습의 결과다.
- 크립토 해킹은 투자자에게는 단기 손실이지만, 시장 전체에는 장기적 보안 성장을 위한 촉진제로 작용한다.
📘 용어정리
- 노드: 블록체인 네트워크에 참여하는 컴퓨터
- 스마트 컨트랙트: 자동으로 실행되는 블록체인 기반 계약
- 재진입 공격: 외부 호출 중 다시 내부 함수를 호출해 자금을 탈취하는 공격 방식
- 오라클 조작: 외부 데이터 입력 경로인 오라클을 해킹해 가격·결과 등을 조작하는 방법
Q. 크립토 시스템이 실패를 전제로 설계된다는 건 무슨 말인가요?
A. 블록체인은 일부 참여자가 악의적이거나 오류를 범해도 전체 시스템이 작동하도록 설계됩니다. 이런 구조는 실패 내성을 높이는 방식이며, 자유롭고 안전한 탈중앙 시스템 운용을 가능하게 합니다.
Q. 왜 스마트 계약은 실패에 취약한가요?
A. 스마트 계약은 사람이 작성한 코드이기 때문에 버그나 설계 오류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특히 실행 결과는 되돌릴 수 없어 보안 취약점이 곧바로 대규모 피해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Q. 더다오(The DAO) 해킹 사건이 왜 중요한가요?
A. 2016년 더다오 해킹은 크립토 역사상 중요한 전환점이었습니다. 해킹으로 약 6천만 달러(약 868억 원)의 손실이 발생했고, 그 결과 이더리움은 하드포크를 단행해 ‘클래식’과 ‘이더리움’으로 분리됐습니다. 실패가 시스템 재설계로 이어진 대표적 사례입니다.
Q. 스페이스X와 크립토가 어떻게 닮았나요?
A. 스페이스X는 반복적인 로켓 폭발을 통해 필요한 기술만 남기고 불필요한 복잡성을 제거합니다. 크립토도 반복적인 해킹과 실패를 통해 진짜 필요한 보안 요소를 경험적으로 찾아가는 점에서 철학이 유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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