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컨티넨털익스체인지(ICE)가 규제 당국에 ‘24시간 온체인 무기한선물(perpetual futures)’ 거래를 허용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뉴욕증권거래소(NYSE) 모회사인 ICE가 하이퍼리퀴드(Hyperliquid) 같은 탈중앙화 거래소의 성장세를 사실상 제도권이 따라잡아야 할 신호로 받아들인 셈이다.
제프리 스프레처 ICE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28일(현지시간) 번스타인 콘퍼런스에서 “우리는 이미 규제 당국에 이 현상이 벌어지고 있는 만큼 같은 조건에서 경쟁할 수 있게 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온체인 무기한선물 시장에 대해 여러 차례 하이퍼리퀴드와 탐색적 논의를 했다고도 밝혔다.
스프레처 CEO의 발언은 전통금융(TradFi) 업계가 블록체인 기반의 24시간 거래 체계를 더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하이퍼리퀴드가 상시 거래와 빠른 결제 구조로 존재감을 키우자, 규제 관할 안에서 비슷한 상품을 내놓아야 한다는 압박이 커진 것이다.
ICE는 이미 암호화폐 거래소 OKX와도 협력하고 있다. 코인텔레그래프에 따르면 OKX는 지난 22일 ICE의 브렌트유와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지표를 기반으로 한 무기한선물을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ICE가 스마트컨트랙트와 블록체인 결제망을 통해 기존 금융상품의 거래 시간을 넓히려는 흐름과 맞닿아 있다.
ICE는 지난 3월에도 토큰화 플랫폼 시큐리타이즈(Securitize)와 손잡고 주식 거래 인프라를 블록체인 기반으로 개발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월가의 주식과 원자재를 ‘24시간 거래’와 ‘상시 결제’ 체계로 옮기려는 시도가 점차 구체화되는 모습이다.
스프레처 CEO는 하이퍼리퀴드에 대해서도 높은 관심을 드러냈다. 그는 “들어보지 못했다면 나스닥보다 크다. 11명으로 운영되는 회사”라고 말하며 플랫폼의 성장 속도를 치켜세웠다. 다만 실제 거래량 기준으로는 하이퍼리퀴드가 나스닥에 한참 못 미치지만, 암호화폐 파생상품 시장의 ‘항상 열려 있는’ 구조가 전통 거래소에 주는 압박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코인게코에 따르면 하이퍼리퀴드는 전체 탈중앙화 거래소 가운데 7위로, 시장 점유율은 3.7%, 일일 거래량은 1억9500만달러 수준이다. 디파이라마 집계에서는 최근 7일간 수수료 수익이 1560만달러로, 암호화폐 업계에서 네 번째로 많은 수수료를 올린 프로토콜로 나타났다.
또 하이퍼리퀴드는 최근 오프체인 이벤트를 겨냥한 예측시장 기능도 도입했다. 이에 따라 업계에서는 하이퍼리퀴드를 단순한 무기한선물 DEX가 아니라, 여러 기능을 묶은 ‘슈퍼앱’으로 보는 시각도 커지고 있다. 비트와이즈의 매트 호건 최고투자책임자(CIO)는 하이퍼리퀴드 토큰인 하이퍼리퀴드(HYPE)를 “암호화폐에서 가장 저평가된 자산 중 하나”라고 평가했다.
결국 ICE의 행보는 전통 거래소가 더 이상 온체인 파생상품을 주변부로만 볼 수 없음을 보여준다. 24시간 거래와 블록체인 인프라가 시장 표준에 가까워질수록, 제도권 거래소도 규제 안에서 같은 속도를 내기 위한 경쟁에 들어갈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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