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를 통해 기업의 국경 간 결제 비용을 1000억 달러 상당 절감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전통 환거래은행 시스템을 위협할 수 있지만, 기존 금융권에 새로운 역할을 부여하고 새로운 서비스 제공업체의 참여 기회를 열면서 금융 시스템을 재편할 것이라는 진단이다.
미국의 투자 은행 JP모건과 올리버와이만(Oliver Wyman)은 2021년 11월 3일(현지시간) 다중 CBDC(M-CBDC) 네트워크를 통해 기업 비용을 절감할 수 있는 방안을 다룬 공동 보고서를 발간했다.
JP모건은 "다양한 CBDC 개발 단계에 있는 전 세계 중앙은행들이 적절한 통제 환경에서 시스템을 가동할 수 있는 인프라 구축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면서, 성공적인 M-CBDC 네트워크를 위한 설계 요건과 아시아 시장에서의 실제 CBDC 구현 모델을 제시했다. 아시아는 환거래 은행 중개가 활발한 지역으로 CBDC를 통해 가장 많은 비용 절감이 예상된다.
보고서는 △핵심 설계(데이터·프라이버시, 기술·상호운용성, 신용기한연장 같은 지원 기능) △기본 기능(발행, 상환, FX 환전·청산) △참여자 역할·책임(중앙은행, 시중은행, 서비스 제공업체) △거버넌스 체계 등 M-CBDC 관련 주요 내용들을 기술하고 있다.
JP모건은 CBDC가 △운영 중단이나 국경 문제로 인한 지연 없이 유동성에 이용할 수 있는 '접근성' △다른 통화로 손쉽게 전환하고 소규모 유동성을 관리할 수 있는 '전환성' △은행 계좌 시스템 밖에서도 서비스를 지원할 수 있는 '도달성' △자금 흐름을 확인할 수 있는 '추적성' 측면에서 자산 거래를 다음 단계로 발전시킬 수 있다고 평가했다.
M-CBDC를 통해 기업의 국경 간 거래에 들어가는 비용도 80%가량 절감할 수 있다고 추산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국경 간 거래 규모는 연 24조 달러이며, 관련 비용은 1200억 달러 수준이다. 은행은 CBDC로 비용을 200억 달러까지 줄일 수 있다고 예상했다.
다수의 국가들이 CBDC를 준비하면서 전 세계 네트워크를 연결하는 상호운용성 문제를 다루고 있다.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호주, 남아공의 프로젝트 던바(Project Dunbar), 태국, 홍콩, 중국, UAE의 M-CBDC 브릿지, 스위스와 프랑스의 프로젝트 쥐라(Project Jura) 등이 국경 간 CBDC 사용 방안을 공동 연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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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 은행인 JP모건이 블록체인 인프라 전환에 적극 나서는 이유는 무엇일까. JP 모건은 다양한 블록체인 실험에 활발히 참여하고 있다. 싱가포르통화청(MAS)과 프랑스 중앙은행 간 M-CBDC 프로젝트에도 협력한 바 있다.
JP모건은 아시아 시장 내 입지가 상당한 편이다. 하지만 2020년 기업투자금융(CIB) 부문 순수익에서 아시아 시장의 비중은 15% 수준이었다. CIB 순수익 중 전 세계 도매 결제가 차지하는 비중도 11%에 그쳤다. JP모건은 오히려 M-CBDC 인프라와 스마트 컨트랙트 기반 자금운용 서비스 같은 혁신적인 온체인 상품을 통해 시중은행이 새로운 기회를 갖게 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JP모건은 싱가포르 대형 은행 DBS, 국부펀드 테마섹과는 블록체인 기반 국경 간 결제 시스템 '파티오르(Partior)'를 추진 중이다. 탈중앙화금융(DeFi, 디파이)에서 차용한 기술 개념을 통해 시간 제약 없는 자동화된 외환 시장을 구현했다. JP모건은 이번 보고서에서 "M-CBDC가 개발되는 기간 동안 파티오르는 임시적인 솔루션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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