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자본시장연구원 "가상자산 과세 앞서 제도 정비가 우선"

| 정석규 기자

가상자산 소득과세의 2년 유예 여부를 놓고 정부·국회 간 논의가 계속되는 가운데 가상자산 소득과세에 앞서 관련 제도를 구체적으로 정비해야 한다는 전문가 의견이 나왔다.

김갑래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30일 발표한 '국내 가상자산 소득과세에 있어서의 주요 쟁점 및 개선 방향' 보고서에서 "군내 가상자산 과세제도 정비가 글로벌 수준에 미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관련 제도가 미비한 상태에서 가상자산에 대한 소득과세는 시기상조라는 설명이다. 그는 보고서를 통해 "납세자가 취득가액 등 과세정보를 확보하고 세액을 산정·납부함에 있어 편의성을 높일 수 있는 과세시스템 확보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보고서에 따르면 정부가 가상자산 과세 유예의 근거로 든 '선정비 후과세' 원칙에서 '정비'란 가상자산 거래자 보호체계 정비에 국한되지 않고 글로벌 정합성에 맞게 가상자산 과세체계를 공정하고 합리적으로 정비하는 정책과제를 포함한다.

현재 국내 가상자산 과세제도의 정비의 수준은 글로벌 주요국 수준에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지난해 영국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PwC)의 가상자산 세금 관련 보고서에서도, 우리나라의 가상자산 과세제도 정비의 수준은 글로벌 주요국 대비 하위권인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는 가상자산으로 얻은 소득을 소득세법상 '기타소득'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과세 대상인 가상자산 소득을 여러 유형으로 나눈 구체적 과세비율과 방안은 아직 나오지 않은 상태다.

하지만 과세당국은 아직 기타소득 과세대상인 가상자산의 대여행위를 유형화하거나 구체적 예시를 들어 구체적 과세 방안을 시장 참여자에게 알리지 않고 있다. 소득세법상 가상자산 대여의 개념이 지분증명을 위한 스테이킹(staking)을 포함하는지에 대해서도 정부의 입장은 불명확하다.

가상자산 기타소득세제를 정비하기 위해 김 선임연구위원은 가상자산 양도소득 과세, 거래정보·취득가액 등 가상자산거래업자의 과세정보 통합시스템 구축, 가상자산 대여소득의 명확한 정의, 사업소득과의 구분, 필요경비의 인정 범위에 관한 적극적인 유권해석 등을 선행 과제로 꼽았다.

김 선임연구위원은 보고서를 통해 "장기적으로 가상자산 양도로부터의 소득을 기타 소득이 아닌 양도소득으로 규정하고, 다른 투자자산과의 손익통산 및 이월공제를 인정할지에 대한 논의도 필요하다"며 "필요한 경우 관련 법령도 개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가상자산 과세제도의 입법적 미비를 해결하기 위한 시간을 확보한다는 차원에서 현재 국회 에서 논의되는 소득세법 개정안의 가상자산 기타소득과세 시행시기 2년 유예 조치는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김 선임연구위원은 보고서를 통해 "가상자산 관련 상속ㆍ증여세와 사업소득세는 이미 시행 중이며, 가상자 산 기타소득세제 정비에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수 있다는 점에서 가상자산 과세제도는 조속히 정비하여야 할 것이다"고 강조했다.

한편 지난 22일 제2차 국회 기획재정소위(이하 소위)에서도 가상자산 소득에 대해 과세할 수 있는 현실적 여건이 조성돼있지 않다는 지적이 있었다.

소위에 참석한 방기선 기획재정부 제1차관은 "가상자산에 과세하려면 실명확인제도, 이용자 자산 보호, 불공정거래 규제 등이 완비돼야 불합리한 과세를 방지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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