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더리움(ETH)이 현재 불마켓 초입에서도 경쟁 코인 대비 부진한 흐름을 보이고 있으나, 다음 달로 예정된 '펙트라(Pectra)' 업그레이드가 이를 바꿔놓을 수 있을지 업계의 관심이 쏠린다. 특히 이번 업그레이드에는 사용 편의성 개선과 스테이킹 효율 제고 등 핵심 기능들이 포함돼 있어, 메인넷의 경쟁력을 높이고 ETH 수요 회복에 기여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현 시점에서 이더리움은 최고가인 4,870달러(약 7,100만 원)에 한참 못 미치는 1,813달러(약 264만 5,000원)에 거래되고 있다. 이는 2024년 12월 기록한 국지적 고점 대비 56% 하락한 수치로, 솔라나(SOL)와 BNB 등 경쟁 코인과 비교해도 상대적으로 약한 퍼포먼스를 보여주고 있다. 하지만 시장 일각에서는 펙트라 업그레이드가 ETH의 잠재력을 다시 축전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본다.
펙트라는 총 11개의 이더리움 개선 제안(EIP)을 포함하고 있으며, 레이어2 확장성, 사용자 경험, 그리고 스테이킹 부문에 걸쳐 다양한 기능을 개선할 예정이다. 특히 가장 주목받는 부분은 EIP-7702로, 이를 통해 일반 지갑도 일시적으로 스마트 계약처럼 작동할 수 있게 된다. 이 기능은 DApp이 신규 사용자의 가스비를 대신 지불하거나, ETH 외의 다른 토큰으로 가스비를 결제할 수 있게 해준다.
이러한 변화는 온체인 환경에 익숙하지 않은 일반 사용자에게 진입 장벽을 낮춰줄 수 있으며, 특히 결제, 모바일 앱, 게임 등 실생활 중심의 응용 분야에서는 사용자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 중요한 점은 토큰 기반 가스 결제가 ETH 생태계 내에서의 이더리움의 기능적 지위를 약화시키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최종적으로 ETH는 프로토콜 수준에서 계속 수수료 지급 수단으로 유지되며, 중간 결제처가 이를 ETH로 전환해 처리하게 된다.
스테이킹 측면에서도 중대한 변화가 예고돼 있다. EIP-7251과 6110, 7002는 개별 검증인이 기존 32 ETH에서 최대 2,048 ETH까지 지분을 위임할 수 있도록 하며, 온보딩 및 탈퇴 절차를 간소화한다. 이로 인해 제도권 투자자들의 참여가 다시 늘어날 가능성이 제기된다. 최근까지 일부 기관투자자들은 이더리움의 네트워크 혼잡 및 비효율성 문제로 인해 ETH를 매도하는 경향을 보였지만, 개선된 구조는 이들의 복귀를 유도할 수 있다.
중장기적으로 펙트라 업그레이드는 수요 증가와 공급 제한이라는 두 가지 측면에서 ETH 가격을 지지할 수 있다. 사용자 경험 개선은 개발자와 일반 사용자의 유입을 촉진할 수 있고, 활성화된 지갑 기능은 전체 거래량을 늘려 ETH 소각률을 높임으로써 공급 측면에서 상승 압력을 형성할 수 있다.
실제로 현재 이더리움의 소각률은 하루 70 ETH 수준으로, 2024년 상반기의 2,000~4,000 ETH 대비 역대 최저 수준에 근접해 있다. 만약 펙트라가 초기 기대처럼 온체인 사용량을 끌어올릴 경우 소각량이 다시 증가해 공급 억제 효과를 나타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ETH의 장기 침묵을 깨울 변곡점이 될지 시장은 주목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