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올로 아르도이노(Paolo Ardoino) 테더(Tether) 최고경영자(CEO)는 유럽연합(EU)의 암호자산시장법(MiCA)에 따라 미국 달러 연동 스테이블코인 USDt의 등록을 신청하지 않기로 한 배경에 대해 “해당 규제가 스테이블코인 산업에 치명적인 리스크가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지난 16일 두바이에서 열린 토큰2049(Token2049) 행사에서 코인텔레그래프와의 인터뷰를 통해, 유럽 내 거래소들이 MiCA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 USDt를 상장 폐지할 가능성에도 불구하고 라이선스를 신청할 계획이 없음을 재확인했다. 아르도이노는 “규제 준수가 중요하다는 점엔 동의한다”면서도 "유럽 내 많은 기업들이 규제 준수보다 규제를 피하려는 공포에 더 사로잡혀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그는 MiCA에서 규정한 준비금 요건이 소형 및 중형 은행에 막대한 부담을 지울 수 있다며 유럽 금융 시스템의 붕괴 가능성까지 경고했다. MiCA는 스테이블코인 발행사로 하여금 보유 준비금의 60%를 유럽은행들 내 보험 처리된 현금예금으로 유지하도록 요구한다. 아르도이노는 “400만 명 이상의 글로벌 사용자들의 자산을 보호하기 위해 MiCA 등록을 하지 않기로 했다”면서 “유럽은 핀테크 혁신에는 적합한 환경이지만, 유럽중앙은행이 디지털 유로화를 통해 시민들의 소비 패턴과 자산 흐름을 통제하려 한다는 점은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테더는 현재 엘살바도르에 본사를 두고 있으며, EU 회원국 내 서비스를 제공하려면 MiCA 규제를 따라야 한다. 그러나 당국이 지난해 말부터 MiCA 시행에 나서면서 유럽 내 주요 거래소들이 속속 조치를 취하고 있다. 크라켄은 USDt를 포함한 5종의 스테이블코인을 상장 폐지했고, 크립토닷컴은 올해 1월부터 10개의 스테이블코인을 비상장 처리하겠다고 발표했다.
한편, 테더는 미국 시장 진출 계획에 대해서도 입장을 드러냈다. 아르도이노는 미국에선 현지 스테이블코인 발행사들과의 경쟁을 고려해 차별화된 제품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중장기적으로 비트코인(BTC)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고, 기업들이 먼저 모범을 보이면 국가 차원의 매입도 피할 수 없게 될 것”이라며 “각국이 비트코인 준비금을 구축하려는 흐름은 결국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전망은 테더가 2025년 1분기 기준으로 약 1200억 달러(약 175조 2,000억 원) 규모의 미국 국채에 투자하고 있다는 발표와 맞물린다. 5월 1일 기준, USDt의 시가총액은 약 1490억 달러(약 217조 5,000억 원)에 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