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총선 앞두고 '암호화폐 유권자' 200만 명…정치권은 침묵

| 김민준 기자

호주 연방 총선을 앞두고 200만 명에 달하는 친(親) 암호화폐 유권자가 주목할 변수로 떠올랐지만, 정작 선거운동 과정에서는 암호화폐 관련 논의가 거의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19일 코인텔레그래프에 따르면, 호주 암호화폐 거래소 인디펜던트리저브(Independent Reserve)의 공동 창업자 에이드리언 프레젤로즈니는 “이번 총선은 암호화폐 정책을 선도할 좋은 기회였지만, 어느 정당도 이를 주요 쟁점으로 내세우지 않았다”면서 “유권자들을 양극화시키거나 지나치게 특정 집단에 치중했다는 인식을 피하기 위해 신중한 모습을 보였다”고 평가했다.

다만 양당 모두 규제 도입에 대해서는 진전을 예고하고 있어 관심이 모이고 있다. 집권 중인 호주 노동당(ALP)과 제1야당 자유당은 모두 업계와 협의한 암호화폐 규제안을 시행하겠다는 입장을 밝히며, 10여 년간의 정책 공백 이후 제도화 논의가 본격화되는 분위기다.

야당의 앵거스 테일러(Angus Taylor) 재무 대변인은 지난 4월 기자회견에서 “자유당이 정권을 잡을 경우 취임 100일 이내에 디지털 자산 플랫폼 규제 초안과 결제 시스템 현대화 방안을 공개하겠다”고 약속했다. 현재 호주 재무부는 해당 규제안의 공개를 수개월 내로 계획하고 있다.

디지털경제위원회(DEA)의 최고경영자 에이미 로즈 구디는 “여야 모두 이번 법안 통과를 동일하게 추진하고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라며 “정부가 누가 되든 상황은 작년보다 분명히 나아졌다”고 강조했다.

상원의 경우, 암호화폐를 옹호하는 소수 정당들도 후보를 출마시키며 유권자 선택지를 넓히고 있다. 자유주의 정당인 리버테리언당은 지난 3월 ‘비트코인 국가 준비금 조성’과 ‘비트코인을 법정통화로 인정’하는 내용을 담은 23쪽 분량의 정책안을 발표했다. 해당 정당은 현재 전직 자유당 의원 크레이그 켈리를 포함해 5개 주에 상원 후보를 배치했지만, 아직 의석은 확보하지 못한 상황이다.

반면 진행성 성향의 녹색당은 암호화폐에 대한 구체적인 입장 발표를 자제하고 있으며, 보수 정당인 원네이션당은 은행 탈거래(debanking) 반대 및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 도입 반대를 중심으로 활동 중이다.

호주 정치권은 오랫동안 디지털 자산 관련 정책을 외면해 왔지만, 이번 총선을 계기로 양당 모두 제도권 내 규제 도입 의지를 분명히 하며 업계는 변화의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