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 2027년부터 '프라이버시 코인' 전면 금지…모네로·지캐시 퇴출 위기

| 김민준 기자

유럽연합이 2027년부터 프라이버시 코인 및 익명 암호화폐 계정 전면 금지에 나선다.

암호화폐 업계에 따르면, 최근 유럽의회가 통과시킨 ‘자금세탁방지 규정(AMLR)’은 은행, 금융기관, 암호화폐 자산 서비스 제공자(CASP)들이 익명 계좌를 개설하거나 프라이버시 보호 기능이 있는 암호화폐를 다루는 것을 일체 금지한다고 명시했다.

유럽 암호화폐 이니셔티브(EUCI)가 공개한 AML 가이드북에 따르면, 새 규정 79조는 “신원 불명의 계좌는 엄격히 금지된다”며 “금융기관과 CASP는 어떤 형태로든 익명 계좌를 유지하거나, 프라이버시 강화 암호화폐를 취급할 수 없다”고 명확히 규정했다.

이번 조치는 향후 프라이버시 코인으로 분류되는 모네로(XMR), 지캐시(ZEC), 대시(DASH) 등 익명성을 내세운 암호화폐가 유럽에서 사실상 거래 금지 대상이 될 수 있음을 시사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주요 거래소들도 이에 따라 상장 폐지 등 사전 대응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

유럽연합은 암호화폐 자산의 투명성 강화를 핵심 과제로 삼고 있으며, 2023년에는 ‘암호자산시장법(MiCA)’을 제정하면서 규제 프레임워크 구축에 속도를 낸 바 있다. 이번 AMLR 확대는 본격적인 집행을 위한 후속 조치로, 범유럽 차원의 자금세탁 방지 체계 정비에 나선 셈이다.

국제자금세탁방지기구(FATF) 역시 유사한 맥락에서 믹싱 서비스, 익명 기능, 탈중앙화 미등록 플랫폼 등에 높은 규제 리스크가 존재한다고 경고해왔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정책이 글로벌 스탠더드로 확산될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업계는 향후 유럽 거래소들이 프라이버시 코인 상장 폐지나 KYC 강화와 같은 자구책 마련에 들어갈 것으로 예상하면서, 장기적으로는 암호화폐 업계 전반에서 투명성과 규제 수용성이 중요한 평가 지표로 자리잡을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