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수료 6배 차에도 매출 1위… GBTC, '관성의 수익' 언제까지 갈까

| 김민준 기자

그레이스케일 비트코인 트러스트(GBTC)는 암호화폐 투자 시장의 선구자 역할을 자처해왔다. 비트코인(BTC)이 글로벌 금융 시장에서 존재감을 키우던 2013년, GBTC는 규제받는 첫 비트코인 간접투자 수단으로 출발했다. 디지털 지갑이나 규제 밖 거래소를 통하지 않고도 투자할 수 있다는 점에서 시장의 큰 환영을 받았다. 이후 2024년 1월,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를 상대로 한 소송에서 승리한 끝에 GBTC는 정식 현물 비트코인 ETF로 전환되며 또 하나의 전환점을 맞이했다.

이러한 변화에도 불구하고 GBTC의 수익 구조는 여전히 강력하다. 2024년 들어 자금 유출 규모가 180억 달러(약 26조 2천억 원)에 달했음에도 불구하고 연간 수익은 2억6,850만 달러(약 3,922억 원)로 미국 내 다른 현물 비트코인 ETF 10여 개의 수익을 합한 2억1,180만 달러(약 3,092억 원)를 뛰어넘었다. 단순한 선점 효과를 넘어서, 구조적인 수익성이 뒷받침된 결과로 풀이된다.

시장에서는 이 샤프한 수익성의 이면을 주목하고 있다. 블랙록의 아이셰어 비트코인 트러스트(IBIT)는 0.25%의 낮은 수수료로 2024년에만 358억 달러(약 52조 3,880억 원)의 자금을 끌어모았다. 운용자산(AUM)은 이미 560억 달러(약 81조 7,600억 원)를 넘어섰고, 일일 거래량 10억 달러(약 1조 4,600억 원)를 돌파하며 시장의 신흥 강자로 부상했다. 반면, GBTC는 여전히 1.5%에 달하는 높은 수수료를 유지하며 ICO 당시의 투자자들을 기반으로 수익을 창출 중이다. 그 결과, 한때 최대 하루 6억1,800만 달러(약 9,028억 원)의 순유출이 발생했던 3월 19일조차도 연간 매출에서는 선두 자리를 지켰다.

GBTC의 수익률 우위는 단순한 우연이 아니다. 높은 수수료 구조와 여전히 180억 달러에 달하는 잔존 자산 덕분에 수익 방어가 가능했다. 무엇보다 기관 투자자, 기업, 패밀리오피스 등은 세금 이슈나 내부 정책적 제약 때문에 보유 자산을 쉽게 옮기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이른바 세금 마찰과 구조적 관성이 GBTC 수익성의 든든한 방어막 역할을 해온 셈이다.

전체 현물 비트코인 ETF 시장 규모가 1천억 달러(약 146조 원)를 넘어서는 가운데, GBTC는 불리한 조건에도 불구하고 수익 면에서는 정점에 군림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텃세를 누려온 이 수익 모델이 언제까지 지속 가능한가에 대한 질문이 제기되고 있다. 새로운 경쟁자들은 더 낮은 수수료와 공격적인 마케팅으로 시장 점유율 확대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상황이다.

GBTC가 지금의 왕좌를 고수할 수 있는지는 여전히 열린 질문이다. 고수익의 원천이 된 높은 수수료 구조, 초기 투자자들의 묵시적 충성, 그리고 세금 문제로 인한 자금 이동의 난점이 그를 지탱하고 있다. 그러나 향후 시장이 더 치열해질수록, 이러한 ‘관성의 수익’이 얼마나 지속 가능한지에 대한 검증은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GBTC의 사례는 성장 초기 암호화폐 시장에서 제도권 진입을 겨냥한 전략의 전형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그 역사적 우위가 시험대 위에 올라섰다. 경쟁 격화, 투자자 성향의 변화, 세금 및 규제 환경의 조정 속에서 GBTC가 다시 한번 승부수를 띄울 수 있을지, 업계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