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재무부, 미얀마 민병대 KNA 사이버 범죄로 제재…암호화폐 사기 '피그 부처링' 연루

| 김민준 기자

미국 재무부가 미얀마의 민병대 조직인 카렌 민족군(KNA)을 사이버 범죄 및 암호화폐 사기 혐의로 제재했다. 재무부 해외자산통제국(OFAC)은 5일 성명을 통해 KNA를 초국경 범죄조직으로 지정하고, 그 지도자 사 칫 투(Saw Chit Thu)와 두 아들 사 투 에 무(Saw Htoo Eh Moo), 사 칫 칫(Saw Chit Chit)을 함께 제재 대상에 올렸다고 밝혔다.

OFAC는 KNA가 이른바 '피그 부처링(pig butchering)' 사기 수법을 포함한 다양한 암호화폐 사기를 주도했다고 지적했다. 이 사기 방식은 피해자와 오랜 시간 신뢰 관계를 형성한 뒤 거짓 투자로 유도해 고액의 자금을 잃게 만드는 수법이다. 재무부는 아메리카 시민들이 이러한 미얀마발 사기로 인해 수십억 달러의 피해를 입었다고 밝혔지만 구체적인 금액은 제시하지 않았다.

재무부는 성명에서 이들 조직이 미국인을 대상으로 한 사이버 금융 사기 외에도 인신매매 및 국경 간 밀수 행위에 연루됐다고 밝혔다. 특히 동남아시아 일대에서 활동 중인 KNA는 타이 국경 인근에서 인신매매를 통해 확보한 인력을 이용해 대규모 사기 네트워크를 운영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정부는 군부 정권의 정통성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외교적 입장에 따라 미얀마를 여전히 버마(Burma)라 지칭하고 있다. KNA는 이 지역에서 오랜 기간 활동해온 민족 무장 조직으로, 최근 들어 사이버 범죄에 깊이 관여하고 있다는 정황이 드러나면서 국제사회 감시의 대상이 됐다.

재무부는 최근 몇 년간 다양한 암호화폐 관련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광범위한 제재를 시행해오고 있다. 여기에는 중동의 테러 조직, 해외 기반 사이버 범죄 세력, 프라이버시 중심의 암호화폐 믹싱 툴인 토네이도 캐시(Tornado Cash) 등이 포함된다.

한편 FBI에 따르면 미국인들이 2024년 한 해 동안 암호화폐 사기로 입은 피해는 약 93억 달러(약 13조 5,800억 원)로, 전년 대비 약 66% 증가했다. 특히 60세 이상 고령층이 28억 달러(약 4조 900억 원)에 달하는 손실을 입어 가장 큰 피해 집단으로 나타났다.

블록체인 정보 분석기업 TRM 랩스(TRM Labs)는 피그 부처링 사기가 2023년 한 해에만 44억 달러(약 6조 4,200억 원) 이상의 피해를 초래했다고 분석하며, 해당 범죄가 동남아 인신매매와 결합해 조직적으로 확산되고 있는 데 주목했다.

이번 OFAC 제재는 암호화폐를 활용한 신종 범죄 수법이 국제적 규모로 진화하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이에 따라 미 재무부는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 기조에 발맞춰 사이버 범죄 및 디지털 자산 관련 범죄에 대한 강경 대응을 이어갈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