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립토퀀트 "이더리움, 비트코인 대비 역사적 저평가...반등엔 구조적 한계"

| 김민준 기자

이더리움(ETH)이 비트코인(BTC) 대비 역사적으로 가장 큰 수준의 저평가 상태를 기록하고 있다. ETH/BTC MVRV 비율이 극단적으로 낮은 수준까지 하락하면서, 일각에선 이더리움의 반등 가능성을 매력적인 매수 기회로 해석하고 있다. 그러나 크립토퀀트 리서치에 따르면, 이더리움의 펀더멘털을 면밀히 살펴보면 뚜렷한 구조적 약점들이 존재해 강한 회복세를 제한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우선 가장 두드러진 변화는 이더리움의 공급량 증가다. 최근 ETH 총 공급량은 1억 2070만 개를 넘어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이는 머지(Merge) 이후 ‘디플레이션 자산’이라는 내러티브가 무너지며 다시 ‘순인플레이션’ 구조로 돌아섰음을 의미한다. 공급 증가에 따른 매도 압력은 수요 촉진 요인이 부족한 현재 시장에서 ETH의 가격 상승을 어렵게 만든다.

디플레이션 구조 붕괴의 배경에는 덴쿤(Dencun) 업그레이드가 있다. 이 업그레이드를 통해 네트워크 수수료가 대폭 낮춰지면서, EIP-1559의 핵심인 ‘가스 수수료 기반 소각’이 사실상 멈췄고, 이에 따른 공급 증가로 이어졌다. 이 변화는 일시적이 아닌 구조적 성격을 띠고 있어, 단기적으로 디플레이션 기조가 회복될 가능성은 낮아졌다는 평가다.

네트워크 활동 정체도 이더리움 내재가치를 약화시키고 있다. 지난해부터 이더리움 메인넷의 일일 트랜잭션 수와 활성 지갑 수는 뚜렷한 성장세 없이 횡보 국면에 머물러 있다. 반면 L2 네트워크는 확장 중이나, 이들 대부분의 성장이 메인넷의 사용량을 잠식하는 형태로 진행돼, 전체 블록 공간에 대한 수요는 오히려 낮아지고 있다. 이는 ETH 수수료 수익성과 토큰 경제 가치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준다.

마지막으로 투자자 수요도 약화되고 있다. 이더리움을 예치해 이자를 얻으려는 스테이킹 수요가 줄어든 데 더해, ETF와 펀드 보유량도 하향세를 보이고 있다. ETH 총 스테이킹량은 고점에서 후퇴했고 기관 투자자들이 이더리움에 배정한 자산 규모도 감소하고 있어, 암호화폐 고유 투자자뿐 아니라 전통 금융 시장에서도 신뢰가 약화된 흐름이 나타난다.

이처럼 비트코인보다 더 큰 할인 폭에 가격이 머물고 있음에도, 이더리움이 단기적인 반등세를 회복하기엔 거시 구조가 여전히 녹록지 않다는 진단이다. 시장 참여자들은 이러한 상황에 대비해 수급 구조와 네트워크 수요의 방향성 변화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