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이더리움 급등, 암호화폐 숏 청산액 9억 달러 육박

| 김미래 기자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이 급등하면서 약 12억 달러 규모의 파생 포지션이 청산됐고, 이는 최근 수개월 내 가장 큰 규모의 디레버리징 현상으로 나타났다.

9일(현지시간) 더블록(The Block)에 따르면, 비트코인이 10만3000달러를 넘어서고 이더리움이 20% 이상 급등하면서 24시간 동안 약 12억 달러(약 1조6000억 원) 규모의 포지션이 청산됐다. 데이터 제공업체 코인글래스(CoinGlass)에 따르면, 전체 청산 중 8억7100만 달러가 숏(매도) 포지션에서 발생했으며, 25만7000명 이상의 트레이더들이 손실을 입었다. 특히 이더리움 숏 포지션이 4억3700만 달러 이상 청산되며 가장 큰 타격을 입었다.

한 트레이더는 디파이 거래소 하이퍼리퀴드(Hyperliquid)에서 25배 레버리지로 ETH 숏 포지션을 잡았다가 8시간 만에 480만 달러를 날린 것으로 전해졌다. 해당 계정은 총 500만 달러를 입금했으나, 현재 남은 자산은 31만 달러 수준이라고 온체인 분석가 룩온체인(Lookonchain)은 전했다. 비트코인 숏 포지션도 약 3억6300만 달러가 청산됐으며, 이날 최대 단일 청산 거래는 바이낸스에서 발생한 1200만 달러 규모의 BTC 포지션이었다.

이번 급등은 단순한 레버리지 기반 상승이 아닌 실수요에 의한 반응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비트파이넥스(Bitfinex) 애널리스트는 '오픈 이자와 펀딩 비율이 과열되지 않았고, 장기 투자자의 온체인 매집이 재개됐다'며 실질적인 수요가 상승을 견인했다고 평가했다. 이더리움의 경우, 최근 이뤄진 '펙트라(Pectra)' 업그레이드를 계기로 스마트머니 지갑들의 ETH 축적이 가속화됐다. 분석업체 넌센(Nansen)은 지난 48시간 동안 다수의 고액 지갑들이 ETH를 매입했다고 밝혔으며, 런던 소재 자산운용사 아브락사스캐피털은 이틀간 1억1600만 달러 상당의 ETH를 출금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시장 강세는 미국의 디지털 자산 정책 변화와도 맞물린다. 미국 통화감독청(OCC)은 이번 주 초 은행들이 고객을 대신해 암호화폐 매매를 허용받는다는 입장을 재확인했으며, 미국과 중국 간 무역 협상 재개 및 영국과의 무역 협정 발표 등도 투자 심리를 자극했다. 전체 암호화폐 시가총액은 3조4000억 달러를 돌파해 두 달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고, GMCI 30 지수는 9% 이상 상승하며 주요 알트코인들이 BTC·ETH의 흐름을 따라 상승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