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C 위원 크렌쇼, 리플 합의에 공개 반발…'투자자 보호 포기한 셈'

| 김미래 기자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 내부에서 리플(Ripple)과의 합의안을 두고 위원 간 갈등이 불거졌으며, 민주당 소속 캐롤라인 크렌쇼 위원은 이번 결정이 법적 판단과 투자자 보호를 무시한 처사라고 공개 반발했다.

9일(현지시간) 더블록(The Block)에 따르면,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리플(Ripple) 및 경영진과의 오랜 법적 분쟁을 합의로 종결하기 위해 법원에 공식 신청서를 제출한 가운데, SEC 내부에서 강한 이견이 제기됐다. 민주당 소속 캐롤라인 크렌쇼(Caroline Crenshaw) 위원은 해당 합의안을 두고 '법원의 권한을 침해하고 투자자에게 심각한 피해를 주는 결정'이라며 공개적으로 반대 입장을 밝혔다.

이번 합의안에는 2024년 8월 판결에 따라 부과된 민사 금지 명령(injunction) 해제와, 리플이 예치해둔 1억2500만 달러의 벌금 중 5000만 달러는 SEC에, 나머지 7500만 달러는 리플에 반환하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 또한, 양측은 항소를 모두 철회하고, 규제 해석에 대한 논쟁을 중단하기로 했다. SEC 측은 이번 합의가 사건의 '법적 타당성'에 대한 판단이 아니라 '전략적 규제 방향 전환'의 일환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크렌쇼 위원은 '이번 결정은 기존 법원 판결을 무효화하며, 리플이 향후 동일한 위반을 반복해도 제재 근거가 사라지는 위험한 선례가 된다'고 비판했다. 그녀는 이어 '이 합의는 SEC의 집행 신뢰성과 규제 권한을 약화시키며, 공백을 남긴 채 새롭게 구성 중인 암호화폐 태스크포스에 책임을 전가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이번 결정은 미국 내 투자자 보호의 기준을 무너뜨리고, 법적으로 강력한 사건을 정치적 유불리에 따라 포기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SEC는 2020년 리플이 13억 달러 규모의 XRP를 미등록 증권으로 판매했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2023년 뉴욕 연방지방법원은 XRP의 일반 거래(programmatic sales)는 증권이 아니지만, 기관투자자 대상 직접 판매는 미등록 증권에 해당한다고 판단하며, 리플에 1억2500만 달러의 벌금을 부과했다. 이후 양측은 판결에 항소했으나, 2025년 들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재임과 함께 SEC는 친암호화폐 기조로 전환하며 합의를 추진해왔다.

한편, 크렌쇼 위원은 2024년 임기가 종료되었지만 후임자 미지명으로 인해 올해 말까지 연임 중이다. 그녀는 암호화폐에 가장 강경한 규제 입장을 유지해온 인물로, 재지명은 상원에서 저지되었다. 그녀는 이번 합의안이 결국 SEC의 암호화폐 집행 프로그램을 해체하고, 업계에 잘못된 시그널을 줄 수 있다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