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로라도 법인 위장한 中 불법 거래소, 테더로 12조 유통 드러나

| 김민준 기자

미국 콜로라도에 등록된 한 기업이 수십억 달러 규모의 암호화폐가 흐른 중국계 불법 온라인 거래소와 연루된 것으로 드러났다. 해당 거래소는 동남아에서 활동하는 사기 조직들이 활용하는 플랫폼으로, 거래 규모는 무려 84억 달러(약 12조 2,600억 원)에 달한다.

13일 블록체인 보안 업체 엘립틱(Elliptic)은 중국어 기반 불법 거래소 '신비보장(Xinbi Guarantee)'이 텔레그램을 통해 운영되며, 그간 접수한 거래의 대부분이 테더(USDT)로 이뤄졌다고 밝혔다. 이 마켓플레이스에서는 동남아 범죄자들을 대상으로 개인 데이터, 범죄용 기술, 자금 세탁 수단 등이 거래된다.

신비보장은 공식 웹사이트에서 자신들을 '투자 및 자본 보장 그룹 회사'로 칭하고 있으며, 콜로라도에 2022년 설립된 '신비 주식회사(Xinbi Co. Ltd)'를 통해 운영 중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엘립틱은 이 회사가 단순한 페이퍼 컴퍼니일 가능성을 제기하며, 실제 범죄 수익의 은닉이나 자금 조달 통로로 활용되고 있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번에 드러난 활동 규모는 최근 암호화폐를 악용한 '피그 부처링(pig butchering)' 방식의 장기 유인형 사기 수법의 급증과도 맞물린다. 엘립틱은 신비보장을 통해 유통된 막대한 자금이 피해자들에게 광범위한 손실을 입히며, 글로벌 규제 당국이 주목해야 할 중대한 위협이라고 경고했다.

콜로라도 법인을 앞세운 중국 불법 마켓의 등장은, 암호화폐를 둘러싼 국제적 자금세탁 리스크가 국경을 초월해 복잡하게 얽혀 있음을 다시 한번 보여준다. 업계는 미국 내 법인 설립 제도의 투명성 확보와, 테더와 같은 스테이블코인에 대한 모니터링 강화의 필요성이 더욱 부각될 것으로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