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보공단 간부 해외 도피자금, 암호화폐로 송금…공범도 유죄 확정

| 연합뉴스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46억원을 빼돌리고 해외로 달아난 간부의 도피를 도운 혐의로 재판을 받던 공범이, 항소심에서도 징역형을 피하지 못했다. 이번 사건에서는 도피자금이 암호화폐로 송금된 사실이 드러나 눈길을 끌고 있다.

서울고법 춘천재판부는 14일, 국민건강보험공단 조모 씨(44)에게 징역 4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유지한 원심을 확정했다. 조 씨는 2023년 1월부터 8월까지, 필리핀으로 도피한 공단 재정관리팀장 최모 씨(47)의 암호화폐 지갑으로 총 1천670만 원을 보낸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최 씨가 도피 생활을 계속하리라는 걸 알면서도 적지 않은 금액의 암호화폐를 직접 송금했다"며 절박한 상황의 범인에게 실질적인 도피 자금을 제공했다고 판단했다. 단순한 개인적 연민이나 우정이 아닌, 국가의 형벌권을 훼손하는 행위라는 점에 무게를 뒀다.

조 씨는 공단 재직 당시 최 씨와 동료 사이였으며, 과거에는 연인 관계이기도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점이 참작돼 실형 대신 집행유예가 유지됐지만, 항소심에서도 형량은 낮춰지지 않았다.

조 씨는 이번 사건으로 지난해 파면됐고, 최 씨는 앞서 2022년 4월부터 9월까지 46억원을 18차례에 걸쳐 챙긴 뒤 필리핀으로 달아났다. 최 씨는 해당 자금을 암호화폐로 전환해 선물투자에 사용했으나, 대부분 잃은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이번 사건 초기에 약 7억2천만원을 환수했지만, 나머지 39억원은 현재까지 회수되지 않았다. 법원은 최 씨에게 징역 15년을 선고했으며, 최 씨는 선고에 불복해 상고심을 진행 중이다.

이번 사건은 암호화폐가 새로운 형태의 자금 은닉 및 도피 수단으로 악용될 수 있다는 우려를 다시 한 번 확인시켰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