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달러 기반의 스테이블코인을 국제 결제 수단으로 활용하려는 분위기 속에서, 한국 내 도입 여부를 놓고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특히 외화 수요 급증으로 환율이 출렁일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면서다.
한국경제인협회는 19일 서울 여의도에서 열린 디지털 자산 전문가 간담회에서 스테이블코인을 포함한 암호화폐 규제를 글로벌 기준에 맞춰 서둘러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하지만 달러 연동 스테이블코인의 국내 확산은 좀 더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스테이블코인은 암호화폐지만, 가격 변동성을 낮추기 위해 법정화폐에 연동되도록 설계된다. 주로 미국 달러나 유로 등과 1:1로 고정되는 방식이다. 문제는 이런 특성 탓에 한국 금융 주권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이다.
간담회에 참석한 김효봉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는 "미국은 올해 내 디지털자산 제도를 정비할 것으로 보이고, EU는 이미 '가상자산시장법(MiCA)'을 시행 중"이라며 "한국도 뒤쳐지지 않으려면 2단계 입법을 서둘러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 한국은 일정 수준의 가상자산 규제를 마련한 상태지만, 스테이블코인 같은 핵심 영역에서는 여전히 제도권 밖이다. 이에 따라 김 변호사는 "시장에서 다양한 참여자들에게 문을 열고, 1거래소-1은행 제도도 완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달러 기반 스테이블코인의 국내 유통에 대한 우려도 깊다. 이승석 한국경제연구원 책임연구위원은 "국내에서 달러 스테이블코인이 결제 수단으로 자리 잡으면 원화보다 외화 수요가 늘고, 원/달러 환율에도 구조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며 "결국 한국은행의 환율·통화량 관리 능력이 약해질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또한 이 연구위원은 "달러 스테이블코인은 언제든 자본을 국외로 옮길 수 있어, 위기 발생 시 대규모 자본 유출이 이뤄질 가능성도 있다"며 "1997년 외환위기나 글로벌 금융위기 때와는 다른 리스크를 맞이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스테이블코인의 제도권 편입은 필수지만, 특히 달러 기반 스테이블코인의 급속 확산은 환율과 국가 경제 전반에 영향을 줄 수 있어 면밀하고 단계적인 검토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